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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4.15 01:53 수정 : 2008.04.15 01:53

언론보도 감시기구 설치로 관계 악화 예상

아르헨티나의 부부 대통령이 지난 2003년 이래 5년째 언론과 불편한 관계를 지속하면서 악연을 쌓아가고 있다고 브라질 일간 에스타도 데 상파울루가 14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2003~2007년)이 4년 반의 집권 기간 내내 언론과 크고 작은 갈등을 빚어온 데 이어 지난해 12월 10일 취임한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대통령도 언론으로부터 쏟아지는 비난에 맞서 정면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이 집권하는 동안에는 연평균 8% 이상의 경제 성장세에 묻혀 언론의 목소리가 다소 위축됐으나 페르난데스 대통령 정부가 들어선 뒤에는 에너지 위기설, 인플레율 상승 조짐, 농업 부문 파업 등 악재가 잇따르면서 언론의 공세가 부쩍 강화되고 있다.

아르헨티나 언론은 지난해 10월 대선에서 페르난데스가 승리한 뒤 사상 초유의 선출직 부부 대통령 탄생이라는 흥행요소를 부각시켰다.

그러나 이후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이 막후에서 실질적인 권력을 행사하자 "아르헨티나에는 대통령이 2명 있다"면서 페르난데스 대통령을 '파트타임 대통령', 외모에만 신경쓰는 '보톡스의 여인'이라고 부르며 비꼬았다.

최근에는 대통령에게 전달되는 문서가 대통령궁과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의 사무실 등 두 곳으로 배달되고 있다면서 "페르난데스 대통령이 취임 4개월을 넘겼지만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이 여전히 국정 운영권을 쥐고 있다"는 내용을 보도해 부부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리고 있다.


실제로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은 자신의 개인 사무실에서 정부 각료와 주지사, 시장, 연방의원 등 정치인들은 물론 기업인과 노조 지도부 등을 만나 국정현안을 주무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르헨티나 정부가 인플레율 상승을 우려해 농축산물에 대한 수출세 인상 조치를 취하고, 이어진 21일간의 농업 부문 파업으로 경제가 마비 직전까지 가는 상황에서 페르난데스 대통령이 강경입장을 고수한 것도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의 '훈수'에 따른 것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과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에너지 위기설과 인플레율 상승 및 조작 시비, 농업 부문 파업 등을 거치면서 언론에 대해 상당한 불신을 나타내고 있다. 언론이 현실을 과장해 정부를 뒤흔들고 있다는 것이다.

키르치네르 부부의 언론에 대한 악감정은 페르난데스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시간이 흐를수록 강도를 더해왔으며, 결국 수일 전에는 "언론의 편파보도 행위를 감시한다"는 이유를 내걸고 언론 감시기구 설치를 발표하는 상황까지 전개되고 있다.

이에 대해 언론단체와 야당들은 "이 기구가 언론 보도 내용을 검열하는 도구 역할을 할 것"이라면서 "대통령 부부가 언론을 장악하기 위해 시대착오적인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고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국제 언론단체들도 아르헨티나의 언론자유 악화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취임 4개월만에 지지율이 최악의 수준까지 떨어져 버린 페르난데스 대통령의 대(對) 언론 공세가 추락한 이미지를 회복하고 집권 기반을 강화해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김재순 특파원 fidelis21c@yna.co.kr (상파울루=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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