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8.04.16 15:52 수정 : 2008.04.16 15:52

"그들은 내 아들이 자살하려 한다는 경고를 농담 취급했다."

미국 사상 최악의 총기난사 사건의 무대가 됐던 버지니아 공대가 이번에는 한 한인학생의 자살 시도를 방치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최근 뉴욕 런셀러공대를 졸업한 숀 프리부시는 지난해 11월 버지니아공대 4학년생인 대니얼 김(21)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한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이 대학 보건센터에 보냈으나 학교당국은 물론 경찰도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런 식의 무관심 속에 아버지의 신용카드로 권총을 구입한 대니얼은 한달 뒤인 12월9일 버지니아공대에서 7마일 가량 떨어진 한 주차장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고 CNN이 15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온라인 게임을 통해 대니얼과 친구가 된 프리부시는 지난해 10월말께 대니얼로부터 "총을 구입해 조만간 스스로 목숨을 끊겠다"고 말을 듣게됐다.

"그게 농담이라면 전혀 재미없다. 농담하지 말라"는 프리부시의 반응에 대니얼은 "난 심각하다. 실제로 총을 샀다"고 대답했고 이에 두려움을 느낀 프리부시는 대니얼의 자살 가능성을 경고하는 이메일을 보냈다.

그러나 학교측은 자살이 염려되는 학생을 대상으로 전화 심리상담을 실시하도록 하는 규정에도 불구, 경찰에 연락해 대니얼의 상태 확인을 부탁하는데 그쳤다.

경찰 또한 형식적으로 대니얼을 방문했을 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 CNN의 지적이다.

이와 관련, 대니얼의 룸메이트는 "경찰이 한 일이라곤 문에 노크한 것 뿐이었다. 댄(대니얼)이 나오자 그들은 30초만에 자리를 떴다"고 증언했다.

대니얼의 동명이인으로 역시 경찰 방문을 받은 다른 대학생은 "경찰은 별다른 관심이 없어 보였다. 그들은 내가 우울하거나 자살충동을 느끼는 지조차 묻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대니얼의 가족들은 학교측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때까지 문제의 이메일 내용을 알리지 않은 데 대해 분통을 터뜨렸다.

아버지 윌리엄 김은 "학교가 자살경고를 농담 취급해 아들의 자살을 방치했다"면서 슬픔을 감추지 못했으며 대니얼과 남매지간인 재닛 김은 "버지니아공대는 (조승희 사건과 달리) 이번엔 대니얼 혼자만 죽은 걸 행운으로 생각해야 할 것"이라며 날을 세웠다.

자살한 대니얼은 평소 학우들이 자신을 조승희와 같은 존재로 취급할 것을 두려워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연합뉴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