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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6.29 21:21 수정 : 2008.06.30 09:57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북한을 ‘악의 축’으로 몰아세우는 데 앞장섰던 딕 체니 부통령 등 워싱턴의 대북강경파들은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한 부시 행정부의 결정에 대해 크게 불편해 하고 있다.

북한이 핵 신고서를 제출하기 이틀 전인 24일 체니 부통령은 부통령실이 있는 백악관 아이젠하워빌딩에서 외교전문가들과 가진 비공개 모임에서 뉴어메리카파운데이션의 스티브 클레먼스 선임연구원으로부터 이 문제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체니는 클레먼스를 한동안 노려보다가 자신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나는 그 결정을 발표할 사람이 아니다. 국무부에 물어보라”며 질의응답을 일방적으로 마치고 부통령실로 돌아가버렸다고 <뉴욕타임스>가 참석자들을 인용해 27일 보도했다.

부시 행정부 2기 후반에 들어서며 대북정책의 주도권을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과 크리스토퍼 힐 동아태 차관보에게 완전히 빼앗겨 뒷전으로 밀려난 데 대한 복잡한 심정을 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강경파들은 북한의 27일 냉각탑 폭파가 핵확산과 우라늄농축계획에 대한 신고가 빠진 핵신고의 부족함을 덮으려는 “완전한 쇼”라고 비판한다. 중도보수 쪽으로 구분되는 고든 플레이크 맨스필드재단 사무국장조차도 “말을 도둑맞은 뒤 외양간 문을 닫는다”는 미국 속담을 인용하며 “외양간에 불을 질러 잃어버린 말에 대한 관심을 불난 쪽으로 돌린 꼴”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냉각탑 폭파에 관한 28일치 사설에서 “부족한 핵신고를 받아들인 부시 행정부의 타협에 대해 공화당 강경파들은 예상대로 몹시 화를 내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도 같은날 사설에서 “냉각탑 폭파는 2년여에 걸친 힘겨운 외교 노력의 가시적 성과”라고 평가하면서도 “진전임엔 분명하지만 북한이 핵포기 결정을 내렸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신문은 몇달 남지 않는 부시 행정부가 더 큰 양보로 핵무기와 플루토늄을 넘겨받는 마지막 협상에 나서기보다, 다음 행정부를 위한 초석을 놓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을 권고했다.

다음주 재개가 예상되는 6자회담에선 검증 메카니즘과 3단계 폐기과정에 대한 협상이 시작될 예정이다. 하지만 워싱턴에선 내년 1월 부시 행정부가 끝날 때까지 북핵 폐기가 이뤄질 것으로 보는 한반도 전문가들은 거의 없다. 핵무기를 포함한 핵폐기는 시간상 제약으로 차기 미국 행정부의 몫으로 넘겨질 수밖에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도 대북강경파들의 목소리가 반영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차기 대선후보인 버락 오바마나 존 매케인 상원의원 두 사람 모두 강경파들과는 달리 “일부 진전”을 인정하면서 철저한 검증과 보다 공세적인 외교를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반도의 운명이 걸린 일이지만, 남북관계의 지렛대를 상실한 이명박 정부도 체니 부통령처럼 ‘뒷방 마님’ 신세이긴 마찬가지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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