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6.30 21:35
수정 : 2008.06.30 21:35
한해 20만개씩 팔려
고위 공무원도 구입
세계 130국에 팔기도
박사 학위가 필요한가? 인터넷 홈페이지(www.columbusu.com)에서 현재도 광고중인 미국 컬럼버스대학에선 2295달러만 있으면 학위 취득이 가능하다. 1년이면 충분하고, 논문 작성도 필요없다. 오하이오와 조지아에 있는 정식 ‘컬럼버스’ 대학들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이 학교는 정식 교육기관 인가가 나지 않은 ‘학위공장’(diploma mill) 중 하나이다.
<뉴욕타임스>는 미국내 ‘학위공장’들이 해마다 학위 10만~20만개를 판매하는 거대 산업으로 성장하며 심각한 사회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고 29일 보도했다.
그중 대표적인 사례는 6년간 121개의 대학 이름으로 학위를 판매하다 2005년 체포된 스티븐 랜덕 부부 사건이다. 1999년부터 학위 1만여개를 팔아 700만달러가 넘는 매출을 올린 이들은, 아프리카 라이베리아에 ‘합법’ 캠퍼스를 만들 계획까지 갖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연방 수사관들은 랜덕 부부가 판매한 학위장이 인터넷을 통해 전세계 131개국에 무차별적으로 팔려 미국내 위장 취업을 목표로 한 테러범들에게 악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학위공장’이 국가안보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짜 학위 수요는 미국 내에도 충분히 많다. 2004년 연방정부가 전체 공무원의 2%를 대상으로 무작위 조사를 벌인 결과, 이중 무려 463명이 ‘학위공장’으로 의심되는 교육기관에서 학위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가운데에는 문제의 ‘컬럼버스대’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찰스 아벨 국방부 부차관도 포함됐다. 비밀경호원과 뉴욕시 소방관 등 공무원 350명도 승진과 봉급인상을 위해 랜덕 부부가 세운 ‘세인트레지스대’에서 학위를 사들였다.
문제는 미국내 관련 법규가 부실해 ‘학위공장’들이 단속망을 빠져나갈 가능성이 많다는 점이다. 상원은 2006년 대학들이 학위 과정의 수업 절반 이상을 캠퍼스에서 받도록 한 조항을 폐지해, 인터넷상으로 학위를 파는 ‘학위공장’과 ‘부실 교육기관’과의 구별을 어렵게 만들었다.
현재 오리건주 등 20여개 주가 주법으로 ‘학위공장’을 불법화하고 있다. 미 하원은 지난 2월 ‘학위공장’을 “수업이 없거나 거의 없이 학위를 수여하는 교육기관”이라고 규정했다. 학위공장 단속에 참여한 전문가인 조지 골린은 “ 학위공장들의 수법은 경탄할 정도로 고도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서수민 기자
wikka@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