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7.04 19:20
수정 : 2008.07.04 19:21
미국인 스탠셀 콜롬비아서 구출
‘뱃속 이별’ 쌍둥이 아들과 만나
쌍둥이 엄마 파트리샤 메디나는 5년반을 기다렸다. 4일, 아이들의 아빠 키스 스탠셀이 드디어 돌아왔다. 그는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에 납치됐다가 2일 극적으로 구출된 인질 15명 가운데 한명이었다.
이들의 비극은 2003년 2월 스탠셀이 납치되면서 시작됐다. 미국 해병대 출신 스탠셀이 마약 통제 관련 일을 하면서 코카인 재배지역을 정찰하고 있었는데, 타고 있던 경비행기가 무장 게릴라 지역에 추락한 것이다. 둘은 결혼한 사이는 아니였지만 10개월간 사랑을 나눴고, 메디나는 이미 임신 5개월째였다. 지난 5년반동안, 인질로 붙잡힌 스탠셀은 정글에서 온갖 학대를 받으며 고통의 세월을 보냈다. 그동안 메디나는 혼자서 쌍둥이 아들을 키우며 눈물로 세월을 달랬다.
스탠셀은 역시 인질로 납치됐다 2년반만에 풀려나는 콜롬비아 전 상원의원 루이스 엘라디오 페레스에게 자신을 대신해 메디나에게 청혼해 달라고 부탁했다. 지난 3월 석방된 페레스는 스탠셀의 청혼을 전했다. “여성이 받을 수 있는 최고의 메시지입니다. 당신이 스탠셀의 부인이 되어주실지 알고 싶어합니다.” 장미꽃도 함께 건네졌다. 메디나는 장미꽃을 껴앉으며 말했다. “물론이예요.”
이들의 사연을 보도한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는 콜롬비아에는 약 2800명이 콜롬비아무장혁명군 등에 납치돼 있으며, 가족들이 희망을 버리지 않고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납치 피해자 가족을 돕고 있는 올가 루시아 고메스는 “납치된 사람은 자신이 어디에 있고 어떤 상태인지 알지만 가족들은 그렇지 않다”며 “납치된 당사자보다 가족들이 겪는 정신적 상처가 더 크다”고 말했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사진 A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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