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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이라크방문…철군 논란 재점화 |
미국 민주당의 대선후보인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의 21일(현지시간) 이라크 방문을 계기로 이라크 주둔미군의 철군문제가 주요 대선이슈로 재부상하고 있다.
장장 5년4개월여를 끌어오면서 미군 전사자만 4천100여명(7월18일 현재)을 낸 이라크전 문제는 미국이 직면한 경제난으로 최근 몇 달간 뒷전으로 밀려난 양상이었으나, 이번 주 시작된 오바마의 중동순방을 통해 재조명되고 있는 것.
오바마는 지난 2006년 이후 한 번도 찾지 않았던 이라크를 방문함으로써 국방.외교분야에서의 `비교열세'를 극복하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가 가장 핵심적이면서도 미묘한 문제인 이라크주둔 미군의 철군 시기를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있는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각종 대선관련 여론조사에서 미국의 차기 군통수권자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오바마는 `집권후 16개월내 철군론'을 내걸어 이라크전 찬성론자이자 미군 장기주둔을 옹호하고 있는 공화당 존 매케인 상원의원과 확실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오바마는 최근 이라크 철군론에서 한 발짝 물러서는 듯한 발언을 했다가 `말바꾸기' 논란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은 이후로는 자신의 철군론에 변화가 없음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오바마는 이라크에 앞서 아프가니스탄을 방문한 자리에서 "대테러 전쟁의 중심전선은 아프간이 돼야 한다"고 주장, `이라크 철군-아프간 병력증파'를 패키지로 강조했다. 오바마가 집권을 하게 되면 미군배치 지형이 어떻게 바뀌게 될지를 시사하는 대목이다.
반면 부시 행정부는 이라크내 치안안정 등 감군 내지 철군요인이 발생하면 `철군일정표'를 구체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주 조지 부시 대통령과 누리 알 말리키 이라크 총리가 화상회의를 갖고 이라크 상황이 개선되면 미군의 추가 감군 목표를 정해야 한다는 데 합의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매케인도 부시 대통령과 말리키 총리와의 철군일정표 마련 필요성에 공감을 표시하면서, 오바마가 반대했던 이라크에 대한 병력증파가 치안안정 등에 기여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선정국과 맞물려 집권세력과 민주당의 입장이 이처럼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이라크 정부가 오바마의 구체적인 철군계획을 지지하는 듯한 발언으로 상황을 다소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말리키 총리는 지난 19일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미군이 가능한한 빨리 이라크에서 철수하길 바란다"며 "오바마가 16개월을 얘기했는데 약간의 변경 가능성은 있지만 철수하는데 적당한 시간이라고 생각한다"고 적극적인 공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이라크 총리 대변인실은 "말리키 총리는 미국의 어떤 구체적인 철군계획도 지지한 적이 없는데 슈피겔지가 총리의 발언을 잘못 이해하고 잘못 전달했다"고 해명했다가, 21일 말리키-오바마 회동후에는 다시 "2010년까지 미군이 철수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해명을 번복하는 듯한 입장을 취한 것.
이라크측이 다시 구체적인 철군시기를 거론한 것이 마침 자국을 방문중인 오바마를 `예우'하기 위한 것인지는 분명치 않으나, 적어도 철군일정이 가시화돼야 한다는 점을 미 행정부에 압박하고 있다는 인상은 강하게 풍기고 있다.
이에 따라 이라크 문제는 미 경제문제와 더불어 다시 미 대선의 중심화두가 될 전망이며, 오바마가 이라크문제라는 시험대를 제대로 통과하느냐 여부가 대권쟁취의 중요한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는데 미국 언론의 관측은 대체로 일치하고 있다.
고승일 특파원 ksi@yna.co.kr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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