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7.27 15:48
수정 : 2008.07.27 15:48
뉴욕타이스 보도
"휴식 시간도 없이 하루 17시간씩 노예처럼 일했어요."
지난 5월 미 연방이민세관단속국(ICE)의 불법체류자 불시 단속에 걸려들었던 세계 최대 육류포장공장 애그리프로세서사(社)의 끔찍한 실태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27일 미 연방 노동국과 아이오와 주 검찰 등의 합동조사 결과를 인용, 이 공장의 육류포장 작업에 18세 이하 미성년자 27명이 동원됐다고 보도했다.
이들 미성년자 대부분은 멕시코와 과테말라 출신 라틴계.
이들 중 한 명으로 16살 때부터 이 공장에서 일했다는 엘머가 털어놓은 공장 생활은 끔찍했다.
일주일에 6일, 하루 17시간을 일에 매달렸지만 손에 쥐는 것은 시간당 7.25달러(약 7천원)에 불과했고 휴식이나 야근 수당 같은 것은 꿈도 꿀 수 없었다.
고된 육류포장 작업은 어린 소년에게는 버거운 일이었지만, 감독관들은 "불평하면 이민국에 전화하겠다"며 불법체류자라는 약점을 이용해 윽박지르거나 폭력을 행사할 뿐이었다.
그러나 불법을 저지르기는 공장 측도 마찬가지였다. 공장이 위치한 아이오와에서는 육류포장 작업이 위험하다는 이유로 미성년자의 공장 취업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감독관들이 미성년자들의 나이를 알면서도 고용했다는 불법체류자들의 증언이 나오면서 공장 측은 처벌을 피하기 힘들게 됐다.
이밖에 미 평등고용추진위원회는 여성 노동자들에 대한 공장 내 성희롱 실태를 조사하고 있으며, 체포된 불법체류자들의 변호인단 역시 공정근로기준법에 의거해 임금 착복과 근로시간 위반 혐의로 애그리프로세서사를 고소할 예정이다.
애그리프로세서사는 그러나 이 같은 혐의를 부인하면서 오히려 "취업을 위해 서류를 조작했던 미성년 노동자들을 찾아내 해고하겠다"고 큰소리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업체는 주로 코셔(유대계 율법에 따른 음식물 제조 규정)에 따라 육류 포장 작업을 벌이고 있다.
한편 지역 수용소에 갇혔던 이들 불법체류자는 최근 석방돼 본국 송환을 앞두고 있다.
이들의 변호를 맡은 파라스 콘라드는 애그리프로세서사 수사에 협조하는 불법체류자에 대해 U 비자(범죄수사 협조자에게 합법 체류를 허가하는 비자) 발급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묘정 기자
myo@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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