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지시따라 신속 변경
‘분쟁 지역’ 입장은 변함없어
미국 지명위원회(BGN)의 독도 영유권 표기가 30일(현지시각) 조지 부시 대통령의 전격 지시로 일주일 만에 원상회복됐다.
이에 따라 지명위의 해외지명표기 사이트인 지오넷은 이날 오후 6시(미국 동부시각) 독도의 영유권과 관할권 표기를 ‘주권 미지정’(Undesignated Sovereignty)에서 ‘한국’(South Korea)과 ‘공해’(Oceans)로 되돌렸다. 하지만 독도의 표준지명은 ‘리앙쿠르 록스’(Liancourt Rocks) 그대로 뒀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오후 아시아의 순방 예정국인 한국과 중국, 타이의 일부 언론사들과 회견을 한 자리에서 “리앙쿠르 록스에 대한 표기를 1주일 전으로 원상회복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또 제임스 제프리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은 이태식 주미대사에게 “부시 대통령이 직접 결정을 내렸고, 그것을 즉각 시행하도록 했다”고 통보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에게 독도 표기 문제에 대해 보고받고, 원상회복 방침을 전격적으로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사는 “미국 정부가 사안의 심각성과 중대성을 충분히 인식해 이처럼 신속하게 조치를 내린 것으로 보인다”며 “‘주권 미지정’(UU)이라는 코드는 없어지지 않았지만, 독도에 대한 적용은 제외됐다”고 설명했다. 이 대사는 “중장기적으로 우리 외교 목표는 ‘독도’의 이름을 되찾아 1977년 이전으로 되돌아가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의 이런 결정은 5일의 방한 일정에 앞서 한국 내 대미여론의 악화를 예방하려는 정치적 결단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부시 대통령이나 국무부 대변인이 강조한 것처럼 “독도 문제는 한·일 양국이 해결할 문제”라며 ‘분쟁지역’으로 보는 입장에 변함에는 변함이 없음을 확인했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는 31일 오후 유명환 외교부 장관을 찾아와 “낮은 수준에서 이뤄진 관료들의 결정이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정치적 결과를 가져 왔다는 점이 흥미롭다”며 “우리의 방침은 어떤 측면에서도 바뀌지 않았으며, 지난 50년 동안 변한 게 없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휴가 복귀 뒤 첫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우리가 이미 독도를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만큼 차근차근 노력해 나가면 국제사회는 물론 후대에도 인정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본 정부 대변인인 마치무라 노부타카 관방장관은 31일 오전 정례기자 회견에서 “(이번 조처는 미국 정부의) 결론이 아니다. 미국 전체를 자세히 조사하는 과정에서 우선 ‘중간선’의 표기로 되돌아가는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어떤 표현으로 될지, 또 언제 나올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 도쿄/류재훈 김도형 특파원, 권태호 기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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