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볼리비아 상호 대사 추방..남미권 중재노력 시사
볼리비아에서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을 지지하는 세력과 반정부 시위대가 충돌해 최소한 8명이 사망했다고 EFE 통신이 11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산타크루스, 베니, 판도, 타리하, 추키사카 주(州) 등 야권이 장악하고 있는 지역에서 과격시위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확인된 사망자가 8명에 이르고 있다.
북부 판도 주의 주도(州都)인 코비하 시 일대에서는 이날 시위대 간에 총격전이 벌어져 8명이 사망하고 30여명이 부상했다.
야권 소속의 레오폴도 페르난데스 판도 주지사는 볼리비아 TV 방송 ATB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상황은 주 정부의 통제권을 완전히 벗어나 있다"고 말해 사실상 무정부 상태에서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동부 산타크루스 주의 주도인 산타크루스 시에서도 이날 새벽 수백명이 참가한 폭동이 발생했으며, 이 과정에서 청년 1명이 총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볼리비아 최대 천연가스 매장량을 가진 남부 타리하 주에서도 격렬한 시위가 벌어져 88명이 부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마리오 카시오 타리하 주지사의 차량도 시위대의 공격을 받았다.
타리하 주에서는 특히 주 정부 자치권 확대를 요구하는 야권 시위대가 천연가스 시설을 공격하는 바람에 브라질 및 아르헨티나에 대한 천연가스 수출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브라질에 대한 천연가스 수출량은 하루평균 3천100만㎥에서 10% 정도가 줄어들었으며, 하루 200만㎥인 아르헨티나 수출은 완전히 중단된 상태다. 시위 사태가 갈수록 확산되면서 볼리비아 가톨릭계와 언론은 일제히 대화를 통한 정국혼란 수습을 촉구하고 나섰다. 모랄레스 대통령이 "야권의 시위가 인내할 수 있는 수준을 넘고 있다"며 군병력 동원 가능성을 시사한 가운데 브라질을 비롯한 남미 인접국들은 볼리비아 사태 해결을 위한 중재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은 모랄레스 대통령과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 등과 전화통화를 갖고 중재 방안을 협의했다. 마르코 아우렐리오 가르시아 브라질 대통령 외교보좌관은 "남미 각국은 볼리비아에서 쿠데타가 발생할 경우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브라질.아르헨티나.콜롬비아로 이루어진 '볼리비아의 친구들'을 통한 중재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이런 가운데 볼리비아와 미국 간에는 상호 대사 추방 조치를 내리는 등 외교갈등을 빚고 있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전날 볼리비아 주재 필립 골드버그 미국 대사를 '기피인물'로 규정하고 추방 결정을 내린데 이어 이날 다비드 초케우안카 외무장관을 통해 골드버그 대사에게 "72시간 안에 볼리비아를 떠날 것"을 명령했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그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골드버그 대사가 볼리비아 보수우파 야권세력을 배후에서 지원해 볼리비아의 분열과 정부 전복 음모를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이에 대해 미국 국무부는 이날 워싱턴 주재 구스타보 구스만 볼리비아 대사에 대해 마찬가지로 추방 명령을 내렸다. 미국 국무부는 성명에서 "볼리비아 정부가 골드버그 대사에게 내린 부당한 조치에 대응해 구스만 대사에 대해 추방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앞서 숀 매코맥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모랄레스 대통령이 골드버그 대사에 대해 추방 조치를 내린 것은 중대한 실수이며, 양국관계를 심각하게 손상시킬 수 있다"고 말했으며, 토머스 샤논 미국 국무부 중남미 담당 차관보도 "골드버그 대사에 대한 추방 결정은 매우 유감스럽고 잘못된 일"이라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상파울루=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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