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칠레서 남미국가연합 특별정상회의 개최
볼리비아 야권 지도자, 반기문 총장에 유엔 조치 요청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의 사회주의 개혁안과 지방정부의 자치권 확대 움직임에서 비롯된 볼리비아의 유혈시위 사태가 점차 국제문제화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13일 EFE 통신 등의 보도에 따르면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전날 밤 국영 TV와 가진 회견에서 "볼리비아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오는 15일 순번의장국인 칠레 수도 산티아고에서 남미국가연합 특별정상회의가 개최될 것"이라고 밝혔다.
차베스 대통령은 앞서 모랄레스 대통령과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 미첼 바첼레트 칠레 대통령, 페르난도 루고 파라과이 대통령, 라파엘 코레아 에콰도르 대통령, 알바로 우리베 콜롬비아 대통령 등과 전화통화를 갖고 정상회의 개최와 관련된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 23일 브라질 수도 브라질리아에서 열린 남미정상회의를 통해 공식 출범한 남미국가연합은 볼리비아 문제를 계기로 국제기구로서의 기능과 역할을 시험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차베스 대통령은 "볼리비아에서 5천명, 1만명의 희생자가 발생하거나 모랄레스 대통령 정부가 전복되기 전에 서둘러야 한다"면서 "볼리비아에서는 지금 쿠데타 음모가 진행 중이며, 이는 볼리비아 뿐 아니라 남미대륙 전체를 엄청난 재앙으로 몰아넣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차베스 대통령은 특히 볼리비아에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유혈시위 사태의 배경에 미국 정부가 개입돼 있다는 비난과 함께 또 다시 미국의 쿠데타 음모설을 제기하면서 "볼리비아에 모랄레스 대통령 정부를 대체하는 어떤 정부가 등장하더라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볼리비아에서 모랄레스 대통령 정부를 전복시키려는 시도가 이루어질 경우 군병력을 동원해서라도 이를 제지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한편 볼리비아의 산타크루스, 베니, 판도,타리하 주 등 야권이 장악하고 있는 지역에서 반정부 시위가 수일째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유엔과 미주기구(OAS) 등 국제기구가 중재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최대의 반(反) 모랄레스 지역으로 꼽히는 동부 산타크루스 시민위원회의 브랑코 마린코비치 위원장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 보내는 서한을 통해 "볼리비아 상황을 진정시키기 위해서는 유엔 차원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마린코비치 위원장은 볼리비아의 현재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한 뒤 "유엔 회원국의 하나인 볼리비아가 평화를 되찾을 수 있도록 반 총장이 필요한 조치를 취해주기 바란다"는 뜻을 밝혔다. 김재순 특파원 fidelis21c@yna.co.kr (상파울루=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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