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비시 보도
민주당 “매케인 반대하면 구제안 의회 통과 못할 것”
미국 행정부가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인 7천억달러의 금융구제안을 의회에 제출, 의회에서 심의중인 가운데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존 매케인이 이에 찬성하지 않을 경우 이 구제안이 의회를 통과하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이 23일 제기됐다.
미 의회 다수당도 아닌 소수당 대통령 후보인 매케인의 손에 금융구제안의 운명이 달려 있다는 것.
ABC방송은 이날 일부 공화당 의원들과 다수당인 민주당 지도부가 "만약 매케인이 금융구제안에 반대할 경우 구제안의 의회처리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미 정치권 일각에선 부시 행정부의 금융구제안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매케인이 부시 대통령과 차별화하고 월가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하기 위해 금융구제안에 찬성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돼왔다.
매케인은 그동안 헨리 폴슨 재무장관과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7천억달러 금융구제안에 대해 이라크 전쟁을 두 번 치를 수 있는 엄청난 부담을 국민들에게 지우는 것이라며 비판적 입장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특히 매케인은 금융구제안 초안에 대해 엄청난 비용을 퍼부으면서도 감독기능이 미비하다면서 어떤 구제안이든 가계저축과 학자금대출, 가정을 보호하고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는 회사의 CEO(최고경영자)에 대해선 40만달러 이상의 과도한 보상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실제로 공화당 다수당 시절 하원 의장을 지낸 뉴트 깅리치는 매케인에게 `개혁주의자'라는 이미지를 유지하려면 부시 대통령의 금융구제안에 대해 반대해야 한다고 매케인에게 촉구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매케인의 대변인인 터커 바운즈는 매케인이 금융구제안에 찬성할 지, 반대할 지 아직 어떤 결정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ABC는 전했다.
바운즈 대변인은 "매케인은 구제안 내용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갖고 있음을 분명히 해왔다"면서 "아직 본격 검토할 (행정부와 의회간) 최종합의가 없으며, 최종합의가 이뤄지면 매케인은 책임있고, 적절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회 다수당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매케인이 금융구제안에 대해 반대할 경우 공화당 의원들도 이에 가세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 경우 민주당이 단독으로 금융구제안이 의회에서 통과시키는 정치적 위험부담을 지게 된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금융구제안이 만약 실패할 경우 민주당의 이같은 `정치적 도박'은 대선에 치명적일 뿐만아니라 상.하원 선거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일각에선 폴슨 재무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에 "매케인은 문제가 아니다"면서 매케인이 금융구제안에 대해 찬성할 것이라는 확신을 심어줬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매케인이 직접 자신의 입장을 명확하게 밝힐 때까지 미 정치권과 여론의 관심은 매케인의 최종 결정에 계속 쏠리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덕분에 매케인은 최근 `1조달러의 사나이'라는 별명을 추가로 얻었다. 김병수 특파원 bingsoo@yna.co.kr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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