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9.25 19:11
수정 : 2008.09.25 19:11
첫 TV토론도 연기 제안
오바마 “계략 불과” 거부
존 매케인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가 금융위기를 이유로 선거운동을 전격 중단하며, 이번 대선에서 최대 도박을 걸었다.
그는 24일(현지시각) 위급한 구제금융 사태에 대처하기 위해 26일 첫 텔레비전 토론을 연기하자고 전격 제안했다. 매케인 후보는 이날 선거운동도 일체 중단하고, 버락 오바마 민주당 대선후보에게 동참을 요청했다. 오바마 후보는 이날 금융위기에 초당적으로 대처하자며 공동성명은 발표했지만, ‘계략’이라며 토론 연기에는 반대했다.
매케인은 위기를 기회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첫째, 위기 앞에 국익을 앞세우는 초당적 지도자의 인상심기다. 매케인은 “공화당원과 민주당원이 아니라 미국인으로서 위기가 해결될 때까지 만나야 된다”고 이날 강조했다. 그는 지난 9월 초 허리케인 구스타프가 닥치자 ‘국가우선’을 내세워 전당대회를 미뤄 재미를 봤다.
둘째, 경제위기 부각에 따른 지지율 하락을 만회한다는 노림수다. 매케인은 금융위기 뒤 지지율 하락으로 궁지에 몰렸다. <에이비시>(abc) 방송 조사에서는 43%-52%, 9%포인트나 오바마에 뒤지는 것으로 24일 나타났다. 유권자들은 오바마(57%)가 매케인(33%)보다 경제문제를 더 잘 다룰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신출내기 세라 페일린을 부통령 후보로 깜짝 지명한 뒤 ‘페일린 바람’으로 선거판을 흔들었다. <워싱턴 포스트>는 “매케인은 타고난 도박사며, 이날 결정은 정치 생활 최대의 도박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공화당 진영은 공식적으로는 매케인의 결정을 환영했지만, “무모하다” “바보 같은 결정이다”는 비판도 흘러나왔다.
오바마가 경제위기라는 공화당 실정을 부각시킬 절호의 기회를 내줄 리 없다. 그는 “지금이야말로 국민들이 40일 뒤면 이런 혼란을 책임질 사람의 의견을 들어야 할 때다”며 “한꺼번에 하나 이상을 다루는 게 대통령의 임무 가운데 하나다”고 밝혔다. 오바마 진영은 위기국면에 침착하게 대응하고, 정치적으로 활용하지 않는 지도자의 모습을 심어준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대공황 이후 최대 금융위기에 매케인이 발벗고 나선 마당에 뒤로 나앉은 것처럼 비칠까 우려하고 있다. 토론이 26일 예정대로 개최될지 현재로서는 불투명하다. 매케인 진영은 구제금융법안이 의회를 통과해야만 참가하겠다고 밝혔다.
매케인의 도박은 적중할 것인가? 현지 언론들은 아직 판단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뉴욕 타임스>는 “누가 현 상황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처럼 보이는지, 누가 더 대통령답게 보이느냐가 관건이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 저널> 홈페이지 긴급조사에서는 73.6%(1만198표)가 토론을 예정대로 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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