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업계에 책임전가…“사과에 따른 법적책임 의식해서”
"'한 세기에 한 번 있을 정도의 사건'이 진행되고 있지만 사과라는 단어는 찾아볼 수 없다." 미국 정부와 의회가 최근 금융 위기의 해결을 위해 대규모의 공적 자금 투입을 준비하면서, 미국의 일반 국민들에게 큰 부담이 돌아가는 것은 불가피한 실정이다. 그러나 백악관을 포함한 관계 당국이나 관련 대형 금융회사 쪽으로부터 진심으로 반성이나 사과하는 소리는 찾을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24일 최근 구제금융안을 놓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지만 전혀 언급되지 않는 두 단어가 있다고 보도했다. 바로 두 단어는 '죄송하다(We're sorry)'는 말이라고 WP는 강조했다. 이 말은 남녀나 어린이를 가릴 것 없이 미국 일반 국민이라면 누구나 1인당 2천300달러를 부담하기에 앞서 들어야 할 말이고, 무례하면서도 과도한 대가를 받는 금융인들을 납세자들이 구제하기에 앞서 들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또 무엇보다도 시장과 경제를 살리라고 재무부에 비상 권한과 재량을 부여하기에 앞서 상.하원 의원들이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24일 미국 전역으로 생중계된 부시 대통령의 TV 연설에서도 정부의 책임을 언급하는 대목은 찾을 수 없었다. 부시 대통령은 금융구제안의 신속한 처리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많은 설명을 내놓았지만 워싱턴은 완전히 '잘못이 없다(blame-free)'는 입장을 유지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13분간의 대통령 연설 그 어디에서도 경제를 감시했어야 할 워싱턴 사람들, 즉 의회나 백악관, 규제기관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측이 조치를 잘못했거나 미리 경고음을 울리는 데 실패했다는 등의 자세는 없었다는 것이다. 대신 손 큰 해외 자금 제공자들이나 소득 이상의 대출을 제공한 관련 업체들, 미흡한 신용 조건들, 주택가격 상승에 맹목적이었던 은행 시스템 등에 책임을 돌렸다. WP는 일본에서는 큰 문제가 발생했을 때 바로잡기에 앞서 거의 필수적으로 사과가 따른다는 점을 예로 들었다. 그러면서도 미국의 경우 기업이든 정계든 조직의 사과는 상대에게 불필요한 양보로 비쳐지고 있으며 법정 문제로 비화될 경우 상대의 위험한 공격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는 '불가피한' 현실을 지적했다. AP는 "문제가 있는 대출을 규제할 책임은 정부에 있고 부시는 정부를 책임지고 있다"며 "부시가 8년전 경기침체를 유산으로 물려받았다고 불평하며 취임했지만 본인도 떠날 때는 후임자에게 상당한 문제를 물려주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WP도 "책임있고 명예를 중시하는 사람들이라면 사과와 함께 재발 방지를 약속하며, 위기가 지나면 변상을 약속한다"며 월가의 거대회사들로부터는 이 같은 내용을 듣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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