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우여곡절 끝 역사적 첫 흑백TV토론
경제책임론, 이라크.아프간 해법 놓고 이견
미국 대선 사상 초유의 흑백대결을 펼치고 있는 공화당의 존 매케인,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대선후보는 26일 저녁(현지시간) 미시시피대에서 첫 TV토론을 갖고 금융위기를 비롯해 북한 및 이란 핵, 이라크 및 아프가니스탄 전쟁 등 경제.외교현안을 놓고 격돌했다.
대선을 불과 5주일 앞두고 경제 및 외교현안 등 굵직한 주제를 놓고 공방전이 벌어진 이날 대선토론은 대선 종반의 여론형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PBS방송의 짐 레러 앵커의 사회로 1시30분동안 진행된 이날 토론은 애초 국가안보 및 외교분야로 주제를 좁혔으나, 의회 처리를 앞두고 진통이 거듭되고 있는 7천억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에 대한 미국인들의 관심을 반영해 경제분야를 전체토론에서 3분의 1가량 다뤘다.
오바마는 "미국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금융위기에 직면해 있다"면서 이 같은 결과를 지난 8년간 조지 부시 대통령과 그에 동조해온 매케인의 공동책임으로 몰아세우며 쟁점화한 반면, 매케인은 "공화당과 민주당이 협상해서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패키지 입법을 하고 있는 것이 중요하며, 의회가 협상을 통해 도출해 내는 구제금융 합의안에 찬성하겠다"고 밝혔다.
감세.증세 논쟁과 관련, 매케인은 "법인세를 인하해 취업률이 상승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주장했고, 오바마는 "일부의 가진 자를 위해서가 아니라 미국 가정의 95%가 세금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차별화를 시도했다.
매케인은 외교현안과 관련해 오바마가 유세기간 "불량국가 정상들과 조건없이 만나겠다"고 한 발언을 겨냥, "외교를 모르는 순진한 발상으로 아주 위험한 생각"이라며 "오바마는 전략과 전술의 차이도 모른다"고 초선 상원의원 출신인 오바마의 미숙함을 부각시키는데 주력했다.
이에 맞서 오바마는 "회담의 전제와 준비는 다른 것"이라면서 "전제조건이 없다고 준비를 하지 않겠다는 말이 아니며, 심지어 (매케인의 외교고문인)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도 조건없이 만나야 한다는 내 생각을 지지했다"고 반박했다. 특히 오바마는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사례로 북한을 거론하면서 "우리가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대화를 단절한 뒤 북한은 핵능력을 4배로 키우고 미사일을 시험발사까지 했으나, 다시 개입정책을 쓰면서 진전을 이뤘다"고 말했다. 매케인은 그러나 "북한은 지금까지 모든 약속을 깼다"면서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신뢰는 하되 검증하라(trust but verify)'는 말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조건없이 만나는 일은 위험천만하며 상대가 주장을 펼 수 있는 합법적인 마당을 깔아주는 것"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매케인과 오바마는 이란 핵문제에 대해서는 대체로 이 문제가 역내 평화와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점에 인식을 공유했으며, 제재가 필요하다는 총론에 별다른 이견이 없었으나 오바마는 대화를 닫은 채 고립으로 치닫게 해서는 안된다며 `강력한 직접 외교'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이어 매케인은 이라크전 문제에 언급, "나는 전쟁 초기 우리의 전략변경과 병력증파를 주장했고, 그 결과로 미국은 영예로운 승리를 할 수 있었다"고 자신의 예지력과 판단력을 강조한 반면, 오바마는 "애초부터 이런 전쟁을 일으켜서는 안 됐다. 매케인은 개전 초기 `아주 쉽게 빨리 끝낼 수 있다', `대량살상무기가 어디 있는지 알고 있다'고 했지만 그것은 오판이었다"고 비판했다. 특히 오바마는 "지난 8년간 부시 정권은 매케인과 더불어 오로지 이라크에만 매달렸으나, 오사마 빈 라덴은 여전히 건재하고, 체포는 커녕 살해당하지도 않았으며 알카에다는 부활했다"고 이라크전을 외교적 실패로 규정했다. 테러리즘과의 전쟁과 관련, 매케인은 "미국은 9.11 이후 보다는 안전해 졌지만, 아직도 미국이 안전하다고 선언하기에는 갈 길이 멀다"고 평가했고, 오바마는 과거보다 좀더 안전해졌다는 데는 동의를 표하면서도 "미국은 핵 비확산과 미국의 이미지 제고를 위해 좀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오바마는 러시아의 그루지야 침공문제에 대해 "20세기 방식의 독재자처럼 행동해서는 21세기의 강대국이 될 수 없다"면서 "침공은 용납될 수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매케인은 "오바마는 침공 당시 양쪽 모두 자제를 해야 한다고 하더니 오늘 토론회에서는 침공은 `용납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며 오바마의 말바꾸기를 공격했다. 이날 첫 TV 토론회는 매케인이 금융위기 대처를 위한 대규모 구제금융에 대한 완전한 합의와 관계없이 토론회에 참석하겠다는 뜻을 밝혀 우여곡절 끝에 어렵사리 성사됐다. AFP는 이날 토론회에 대해 "전체적으로 어느 쪽 후보도 상대에게 KO펀치를 날리지는 못했지만 오바마가 다소 앞서 판정승을 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매케인과 오바마간 대선후보 2차 토론회는 10월7일 테네시주 네슈빌 벨몬트대학, 3차이자 마지막 토론회는 10월15일 뉴욕주 헴스테드 호프스트라대학에서 각각 열린다. 두 대선후보의 러닝메이트인 새라 페일린과 조지프 바이든 후보간의 단판 토론회는 10월2일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옥스퍼드<미 미시시피주>=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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