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9.28 17:57
수정 : 2008.09.28 17:57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보도
미국 대선후보 1차 TV 토론에 참여한 두 후보의 부문별 성적표는 어떨까?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26일 대선후보 간 첫 TV토론에 참여한 공화당 존 매케인 후보와 민주당 버락 오바마 후보의 토론 스타일, 토론에서의 공격과 방어 능력에 점수를 매긴 후 "오바마가 앞섰다"는 결론을 내렸다.
다음은 두 후보의 부문별 토론 성적표.
△토론 스타일 = 매케인 후보는 불분명하게 말했고, 약간 헤매는 모습까지 보였다. 토론 내내 이어진 잦은 기침은 그의 이미지에 도움을 주지 못했다. 남북한 주민들 간의 키 차이를 비교한 부분은 주제에서 벗어난 듯 하다. 매케인은 토론 흐름에 관계없이 자기가 자신 있는 부분만 언급하는 나이 든 정치인의 모습을 보이고 말았다. 점수는 B-.
반면 오바마는 주제에 집중하며 매끄럽게 토론을 이끌었다. 그는 토론을 통해 자신이 준비해 온 지식을 남김 없이 보여줬다. 토론이 주제를 벗어날 때도 평정심을 잃지 않았다. 그러나 토론 내내 매우 냉정하고 침착한 모습을 보이는 데 신경 쓴 나머지 경직된 모습을 연출했다. 점수는 B+.
△ 토론에서의 공격 = 매케인은 자신의 주요 공약인 세금 감면책을 강조하는 한편 불량국가의 지도자들을 조건 없이 만나겠다고 밝힌 오바마를 공격했다. 하지만 그의 공격은 설득력이 부족해 충분히 날카롭지 못했다. 매케인은 자신이 말실수를 저지를 때조차 자신의 경험, 지식, 정책에 대한 믿음으로 가득 찬 것 같다. 그는 준비된 발언을 선보인 오바마와는 달리 민주당은 경험이 없다는 주장만 되풀이했다. C-.
오바마는 매케인을 부시 대통령과 연장선상에 놓는 전략을 구사했다. 그는 매케인에게 상처를 입히지는 못했지만 매케인의 최근 발언을 공격의 소재로 삼아가며 매케인이 평정심을 잃게 하는 데는 성공했다. A.
△토론에서의 방어 = 매케인은 오바마의 공격에 대부분 무시로 일관했지만, 결국 자신과 부시 대통령을 일직선상에 놓는 오바마의 전술에 말려들고 말았다. 그는 짜증 난 듯한 태도로 자신과 부시 대통령의 정책이 어떻게 다른가를 설명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C+
오바마는 화를 내거나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이성적인 답변을 내 놓았다. 그는 종종 매케인의 공격을 이용해 매케인이 부시 대통령과 같은 정책 철학을 가지고 있다는 쪽으로 화제를 돌렸다. 매케인이 자신 있는 분야에 대해 서투른 답변을 내놓기보다는 다른 방향으로 화제를 돌리는 쪽을 택했다. B.
△ 총평 = 매케인은 자신이 어떤 부분을 강조해야 하는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그는 경제 분야, 이라크 및 아프가니스탄 문제 등에 많은 이야기를 했지만 핵심을 설득력 있게 전달하지 못했다. 경제문제에 시간을 할애하느라 자신의 강점인 외교문제에 대한 식견을 보여주지 못했으며, 이번 선거를 관통하는 주제인 '변화'에 대한 의지도 보여주지 못했다. B-.
오바마는 토론 내내 평정심을 유지하며 자신을 선보이는 데 성공했다. 전반적으로 매케인에 비해 안정된 모습을 유지한 그는 레이건 전 대통령이 1980년 대선을 앞두고 토론에서 보여준 모습을 상기시켰다. A-.
결국 TV 토론은 전략과 전술싸움이다. 이번 토론에서 매케인이 특정 외교 현안에 대한 오바마의 입장이나 오바마의 특별예산(earmark) 신청 문제 같은 전술에 매달렸다면, 오바마는 '미국의 미래'와 같은 큰 그림에 집중했다.
또 매케인이 주로 공격자의 모습을 보이며 오바마의 주장에 동의하는 데 인색한 모습을 보인 반면, 오바마는 부분적으로 매케인과 의견을 같이한다는 것을 드러내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매케인은 그동안 국정에 대한 오랜 경험과 지식을 갖춘 자신이 대통령 적임자라고 주장했지만, 토론에서 사소한 부분에 집중함으로써 '나라의 대의를 위해 뛰는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심지 못했다. 결국, 1차전 승리는 오바마에게 돌아간 셈이다.
이연정 기자
rainmaker@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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