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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0.04 09:08 수정 : 2008.10.04 09:08

4일 새벽 미국 정부의 구제금융 법안이 하원까지 통과함에 따라 국내 금융시장이 진정될지 주목된다.

구제금융 법안 통과의 '약발'은 당장 6일 개장할 주식.외환시장에서 판가름 날 전망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대체로 구제금융 법안에 대한 기대감이 이미 시장에 반영돼 있는데다 실물경제의 침체가 회복되지 않는 이상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중장기적인 시장 안정에 대한 기대감으로 불안 심리를 해소시켜줄 것이란 관측도 있다.

◇ 금융시장 불안 해소될까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의 파산보호 신청과 메릴린치의 매각으로 본격화한 미국발(發) 금융위기는 국내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리먼의 파산 소식이 전해지기 직전인 지난달 12일 1,109.1원에서 지난 2일 1,223.5원으로 치솟으면서 5년5개월 만에 최고치로 올라섰다.

주가는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1,477.92에서 1,419.65로 주저앉았다. 채권 금리는 3년 만기 국고채 기준으로 5.66%에서 5.70%로 소폭 올라 언뜻 변동폭이 크지 않은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한때 6.01%(9월 26일)까지 치솟는 등 역시 불안한 양상이다.

특히 환율은 국제 금융시장의 신용 경색 여파로 외화자금 조달이 막힌데다 당국의 외환보유액이 충분한지에 대해 의구심이 제기되면서 유독 불안정한 움직임이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구제금융 법안이 통과됐지만 국제 금융시장은 여전히 불안정하다. 당장 미 뉴욕 증시가 법안 통과에도 불구하고 하락했다. 다우존스 산업평균 지수가 전날보다 157.47포인트(1.50%) 하락한 10,325.38에 거래를 마치며 지난달 29일 하원에서 법안이 부결됐을 때보다 더 떨어졌다.

나스닥 종합지수도 1.48%,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지수도 1.35% 각각 빠졌다.

금융가에선 구제금융안이 실시돼도 신용위기가 완화될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여전하고 미국의 고용시장이 악화돼 경기침체 우려가 더 커진 것 등이 투자 심리를 위축시켰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파트너리어셋매니지먼트의 존 데이비슨 회장은 "하나의 장애물을 넘으면 다음 장애물을 보게 되는데 미국 경제의 약화가 바로 다음 장애물"이라면서 "미 경제가 침체를 과연 피할 수 있을 것인지는 의문"이라고 경기침체 우려가 투자심리를 억누르고 있음을 설명했다.

미국의 2년 만기 국채 가격은 법안 통과 직후 하락세를 보였지만 3개월짜리 달러를 빌리는 런던 은행 간 금리(리보)는 이날 4.33%로 전날의 4.21%보다 0.12%포인트 오르며 5일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자금 시장의 신용경색은 여전한 것이다.

반면 3일(현지시간) 유럽의 주요 증시는 미 하원이 법안 심의에 들어가자 기대 심리가 퍼지며 상승세를 보였다. 영국의 FTSE100은 전일대비 2.26% 상승한 4,980.25로 마감했고 프랑스 CAC40 주가지수도 2.96% 상승했고 독일 DAX 주가지수도 2일보다 2.41% 올랐다.

국내 전문가들 역시 구제금융안 통과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국내 금융시장의 불안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구제금융안 통과에 따른 좋은 영향은 이미 다 반영됐다고 봐야한다"며 "문제는 어떤 구제금융안이 나오더라도 근본적으로 미국 주택가격 하락이 계속되는 한 큰 영향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증시의 경우 "한숨 쉬어갈 듯하지만 미국 증시에 동조되는 움직임을 당분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배민근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상식적으로 보면 구제금융법 통과는 호재"라며 "그러나 추진 소식이 알려진 이후 효과가 이미 반영돼 통과 소식만으로 시장 지표가 갑자기 좋아지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본부장은 "법안 통과는 구제금융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나오고 부실 금융기관이 정리되기 시작한다는 의미"라며 "국내 시장의 불안 심리가 해소되면서 채권이나 환율 시장이 안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 은행들 외화난 해갈될까

국제 금융시장의 경색은 특히 국내 환율 불안을 부채질하고 있다. 은행들이 국제 금융시장에서 달러를 구하기 힘들어지면서 국내 달러 수요를 채워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급기야 수출입은행을 통해 외화 유동성을 공급키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여기에 외환당국의 외환보유액이 충분하지 않다는 의구심이 제기되면서 환율 상승을 채찍질하는 형국이다.

그러나 시중은행들은 구제금융안 통과로 달러 기갈이 단박에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은행 정현진 부행장은 "구제금융안 통과 이후로도 미국의 주택가격 하락에 따른 경기 침체와 부실자산 증가 등으로 미국 금융기관의 건전성 약화가 지속될 것으로 보여 신용경색이 쉽사리 풀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한은행 진찬휘 부행장도 "금융구제 법안 통과로 지금보다는 상황이 나아지겠지만 유동성 경색의 해소 시점이 언제가 될지를 전망하기는 어렵다"며 "당분간은 신중한 자금관리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내 은행들의 외화대출 축소 노력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 부행장은 "해외 시장이 안정되기 전까지 각 은행이 외화자산을 줄이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라며 "정부가 경상수지를 조기에 흑자로 전환시키고 외환보유액과 국내 제조업의 강점을 해외에 알리는 등 외국인 투자자의 신뢰를 회복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욱 연구위원은 "달러 유동성 부족 문제는 금방 해결되기 어렵지만 다소 과도한 측면이 있다"며 "해외 투자자들이 지나치게 안전자산 선호 현상을 보이고 있는데 금융위기 해소에 대한 확신이 생길 경우 유동성 문제가 많이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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