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관심은 이제 실물경제 침체"
전 세계 주식 투자자들이 고대하던 미국 구제금융법안이 의회를 통과했으나 증시가 안정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구제금융법안 통과로 전 세계 신용경색은 다소 해소될 수 있지만 기업 이익을 결정짓는 실물경기가 침체일로를 걷고 있다는 인식이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구제금융안이 의회를 통과한 3일(현지시각) 뉴욕증시의 반응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이날 다우존스 산업평균 지수는 전날보다 157.47포인트(1.50%) 하락한 10,325.38에 거래를 마쳤다. 구제금융안 통과 기대감에 다우존스지수는 장중 300포인트 가량 가파르게 상승했으나 막상 법안이 통과되자 상승폭을 줄이더니 하락세로 돌아서고 말았다.
구제금융법안 통과라는 호재를 잠재운 것은 실업난 악화에 대한 우려였다. 이날 미 노동부는 지난달 미국에서 일자리가 15만9천개 감소, 2003년 3월 이후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실업수당 급증, 공장 주문 급감, 부동산 가격하락 지속 등 최근 잇따라 발표된 실물경기 지표들은 미국의 경기침체가 심각한 수준임을 보여주고 있다.
대우증권의 이승우 애널리스트는 "구제금융법안 통과 여부에 쏠려있던 시장의 관심이 실물경제로 옮겨가며 실물경제의 심각한 침체가 증시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경기침체가 미국 만의 문제가 아니라 유럽, 일본 등 선진 각국에 이어 우리나라까지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8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광공업생산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1.9% 증가했다. 이는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한 지난해 9월 이후 11개월만에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현재의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와 향후 경기국면을 예고해주는 선행지수 전년동월비는 1981년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7개월째 동반하락했다. 국내 경기도 급속히 냉각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여전히 증시가 단기적으로나마 랠리를 펼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동부증권의 지기호 투자전략팀장은 "지나치게 하락한 증시 밸류에이션과 신용경색 완화 기대감 등을 감안한다면 국내 증시가 다음달까지 단기적인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에서 시작된 부동산 거품 붕괴와 경기침체가 유럽, 일본, 중국 등 전 세계 경기침체로 이어진다면 국내 증시의 본격적인 상승 전환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고 대다수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더구나 다음주부터 3분기 기업 실적을 발표하는 `어닝 시즌'이 시작되면 투자자들의 실망감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경기침체로 전 세계 IT제품 수요가 줄어들어 삼성전자, LG전자, 하이닉스반도체 등의 실적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크게 악화될 전망이며 현대차도 세계 자동차 판매 감소의 영향이 실적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내수주도 수입가격 급등과 내수경기 침체로 실적 악화가 예상되기는 마찬가지다. HMC투자증권의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국내기업의 실적은 올해 2분기에 정점을 찍었던 것으로 보이며 3분기부터는 전 세계 수요 감소와 비용 상승 등으로 실적 악화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삼성증권의 김학주 리서치센터장은 "구제금융법안 통과로 단기적인 반등이 가능하겠지만 경기침체 우려가 증시 발목을 잡아 내년 상반기까지 증시는 1,320~1,540선의 박스권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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