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에 살림살이 챙겨서 앞다퉈 금광행
미국의 금융위기로 경기침체 우려가 가시화되는 가운데 서부 캘리포니아주 옛 광산 일대에서 금을 캐는 채굴자들과 광구가 급격히 늘면서 `신 골드러시' 현상이 재현될 조짐이다. 금 채굴자들은 요동치는 부동산과 주식시장, 달러화 약세, 경기침체 등을 걱정할 필요없이 국제 금값 상승에 힘입어 귀금속을 캐는 `중노동'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고 미 새너제이 머큐리뉴스가 18일 보도했다. 캘리포니아주 스타니슬라우스강 인근 깊은 계곡에선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광산 채굴자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귀금속 채취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집도 없이 자신의 밴 차량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금을 캐는 제임스 앤더슨은 "황량한 계곡에서 금 덩어리이든 박편이든 사금이든 상관없이 금을 발견하게 되면 아드레날린 주사를 맞은 것처럼 흥분된다"고 말했다. 국제 금값은 온스당 800달러에 육박하면서 지난 10년간 2배 이상으로 뛰어올랐다. 이렇게 되자 곡괭이를 사서 일확천금을 노리고 광산 계곡으로 돌아오는 미국인이 점차 늘고 있는 것이다. 내과의사 에릭 마드리드는 최근 주식에서 돈을 빼낸 뒤 예금을 금화에 투자했다며 "은행에 있는 돈과는 달리 금은 직접 만질수 있는 물건이고 은행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누가 알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전국적 조직인 미국인 금 채굴자 모임은 지난해 금값 상승 등에 힘입어 회원이 4만명에서 5만명으로 급증했다.회원들은 곡괭이와 삽은 물론이고 가족과 애완동물을 태운 미니밴 차량, 발전기, 스쿠버 다이버용 고무옷, 휴대전화 등 살림살이까지 몽땅 챙겨 금을 캐러 모이고 있다. 광산 채굴장비 판매점은 미국 사상 최악의 불경기에도 불구하고 장비 매출이 급증하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광산장비 판매점 한 업주는 "전 세계에서 모인 사람들의 전화를 많이 받고 있다"며 "사람들은 금을 얻으려면 어디로 가야 하는지, 뭘 해야 하는지를 묻는다. 넌센스이긴 하지만 또 한번의 골드러시 같다"고 말했다. 금 채굴 사업이 헤지펀드나 금융 파생상품처럼 복잡하지도 않고 과거엔 수익이 더 많았던게 사실이지만 장기적으로 봐서 전반적으로 수익성이 높다고 할 순 없다. 다만 지금같은 `경제 불확실성' 시대에 금은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줄 수 있고 결코 빈털터리 상태로 변하지는 않는다는 장점이 큰 매력이 되고 있다. 금 채굴 전문가인 월터 힐스는 "주식을 하면 올라갈지 내려갈지 유심히 지켜보고 기다려야 하지만 금은 굴착기를 들고 나가서 9피트 정도 파면 내 돈을 바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 채굴 붐에 대한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캘리포니아 광산은 1800년대 초기의 개척자들이 금 덩어리를 캐며 엄청난 부를 쌓았고 중국인 노동자들이 뒤따라 들어왔으나 금 `부스러기'를 줍는 수준이었으며 1929년 대공황 시절 제3차 `골드러시'는 대부분 허탕을 쳤다. 전문가들은 또 곡괭로 금을 캐는 초보 수준의 기술력으론 광산에서 수익을 올리는게 지금은 쉽지 않으며, 대형장비와 폭발물, 전문기술과 측량을 통해 대규모 채굴이 이뤄져야만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올들어 캘리포니아 주정부에 접수된 신규 광구 신고건수는 2천건을 넘어섰고 캘리포니아에서 운영 중인 광구는 2005년 1만6천829곳에서 올해 2만4천905건으로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일부 채굴자는 과거 한때 유명했던 광산 대신 위험한 폐광산을 뒤지고 다니며 `천금'의 꿈을 키워나가고 있다. 김성용 특파원 ksy@yna.co.kr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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