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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0.21 19:23 수정 : 2008.10.22 17:40

1976년 카터 이후 민주당 후보 선택 못받아
공화 ‘여기서 지면 끝’ 위기감…오바마 ‘고무’

미국 대선 격전지를 가다 / ② 노스캐롤라이나

“한 주 사이에 존 매케인 진영에서 이곳을 세 번이나 찾아왔다는 게 무얼 의미하겠는가?”

지난 19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페이엇빌에서 열린 버락 오바마 민주당 대선후보 선거유세장에서 만난 롭 크리첸슨(55)은 이 지역 표심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되물었다. 이 지역 최대신문인 <뉴스앤업저버>에서 35년간 정치 기사를 써온 그는 “1976년 지미 카터 대통령 이후 단 한번도 민주당 대선 후보를 선택하지 않았던 이곳에 공화당이 위기감을 느낄 만큼 새로운 변화가 일고 있다”고 말했다.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는 지난 13일 윌밍턴을 방문한 데 이어 18일에도 미국 제2의 금융도시인 샬럿을 찾았다. 그의 러닝메이트인 세라 페일린도 16일 유서 깊은 대학도시 엘론을 방문하는 등 최근 노스캐롤라이나에 공화당의 구애가 집중되고 있다. 매케인은 공화당 경선 이후 단 한번도 이곳을 찾지 않았었다. 노스캐롤라이나가 공화당의 전통적 ‘텃밭’이었기 때문이다. 크리첸슨은 “이곳의 정치적 상징성 때문에 매케인 캠프로서는 노스캐롤라이나를 빼앗기면 백악관 입성이 매우 어려워진다”며 “단정할 수 없지만 민주당에 유리한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여론조사에서도 변화는 뚜렷하다. 아메리칸리서치그룹의 지난달 13~16일 노스캐롤라이나 유권자 여론조사 결과 매케인(52%)이 오바마(41%)를 11%포인트 앞섰다. 이 기관이 불과 열흘 뒤(9월27~29일)에 벌인 조사에서는 오바마(46%)가 매케인(49%)을 오차범위인 3% 차로 추격하더니, <시엔엔>과 <타임>이 지난 3~6일 공동으로 벌인 조사에서는 두 후보가 49%로 동률을 이뤘다. 급기야 정치전문매체 리얼클리어폴리틱스닷컴이 19일 공개한 여론조사는 오바마(47.3%)가 매케인(46%)을 상대로 역전에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6일 엘론의 라템파크 야구장에서 열린 세라 페일린 공화당 부통령의 이름을 보디페인팅 한 지지자들.(위) 지난 19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페이엇빌의 크라운 콜리세움에서 열린 버락 오바마 민주당 대선 후보의 유세장을 찾은 시민들.(아래)

극적인 변화의 가장 큰 원인은 경제위기다. 에이아이지 등 금융기관에 대한 구제금융 계획이 발표된 시점을 기준으로 오바마 지지도가 가파른 상승세를 탔다. 오바마 집회에서 만난 여대생 린지 밴자비치(20)는 “이곳에서 탄생한 와코비아은행이 파산 위기에 몰렸다는 사실에 졸업을 앞둔 친구들이 크게 동요하고 있다”고 말했다.

와코비아는 이 지역에 1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지역 경제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은행이다. 와코비아 사태 등의 여파로 지난달 이 지역 실업률은 2002년 이후 최고인 7%대까지 치솟았다. 자영업자인 베릴 웨이드(52)는 “먹고살기 힘들어 죽겠는데, 매케인과 페일린은 경제는 제쳐두고 오바마에 대한 인신공격만 하고 있다. 지난번에 부시를 찍고 나서 엄청 후회했지만, 이번에는 현명한 선택을 할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오바마 진영은 이 지역의 방송과 신문, 인터넷 매체 등을 통해 매케인보다 3배나 많은 광고를 쏟아내며 매케인 경제공약의 부실함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키고 있다.

하지만 오바마 진영도 이곳에서의 승리를 장담하지 못할 정도로 표심은 극히 유동적이다. 오바마 캠프의 선거전략가인 데이비드 액셀로드는 유세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이 곳에서 이기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여기에서 승리한다면 다른 어떤 주에서도 이길 수 있을 것”이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오바마 진영이 낙관하지 못하는 것은 무당파이면서도 보수적인 성향이 강한 중년층 이상 백인 유권자들 때문이다. 지역 여론 형성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이들은 부시 행정부와 공화당에 강한 반감을 갖고 있으면서도, 오바마에 대한 회의적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지난 16일 세라 페일린의 유세장에서 만난 마리 추웰(52·여·캐리)은 “난 공화당 지지자가 아니지만, 그렇다고 오바마를 찍지는 않을 것”이라며 “그가 미국의 전통적인 가치를 제대로 지켜낼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이런 여론을 의식한 듯 매케인 쪽은 최근 오바마를 사회주의자라고 비난하면서 무당파 백인 유권자들을 자극하고 있다. 매케인은 18일 샬럿에서 열린 집회에서 “당신의 부를 이웃과 나눠야 한다고 부추기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것은 쿠바와 같은 사회주의자들이나 하는 짓”이라며 오바마를 공격했다.

매케인 캠프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미셸 모스(31·여·벌링턴)는 “여론조사는 단지 여론조사일 뿐”이라며 “유권자들은 투표할 때 비로소 진짜 속내를 드러낼 것”이라고 말했다.

페이엇빌 엘론(노스캐롤라이나)/

글·사진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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