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10.26 21:16
수정 : 2008.10.26 21:19
‘금융혼란·이라크전’ 등 기존질서 한계
오바마, 새 시대정신 구현할지는 미지수
[미국 대선 심층해부] ⑤ 시대정신/
2008 미국 대선 집중분석의 다섯번째 마지막 차례로, 시대정신을 안병진 경희사이버대 미국학과 교수와 함께 짚어봤다.
■ 부시를 통한 미국의 반성
조지 부시 행정부에서 시장근본주의, 연고 자본주의, 난폭한 패권이 드러났다.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재난 대처가 상징적이다. 작은 정부만이 답이 아니라고 인식하게 된 전환기다. 이라크 전쟁은 수렁에 빠졌고, 재정적자가 커졌다. 금융위기 이전부터 ‘미국이 뭔가 잘못된 길로 간다’ ‘국가의 역할을 재조정해야한다’는 의식이 나왔다. 변화는 유권자의 심층심리에 존재하는 정치질서 전반에 대한 뿌리 깊은 비판의식의 표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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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 굳히기 버락 오바마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가 25일 네바다주 리노에서 개최된 유세장에서 연설하고 있다. 리노/A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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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중지란에 빠진 미국의 보수세력
부시 대통령은 천민보수적 성격이 강했다. 선두 지휘한 게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고, 저금리 거품과 극단적 규제완화가 금융위기를 촉발했다. 견제와 균형을 깨고 제왕적 대통령으로 군림했다. 국제적으로 난폭한 패권을 취했다. 미국식 금융자본주의 모델이 붕괴되면서 보수는 자중지란이다. 1964년 공화당 대선후보 배리 골드워터가 대선에서 참패한 뒤 대중적 보수주의의 축은 세가지가 동맹을 이뤘다. 반공주의, 작은 정부, 보수적 가치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이 세 그룹의 접착제로 역할하면서 정점을 이뤘다. 지금은 세 진영을 이어붙일 걸출한 인물이 없다. 이념적 균열, 지도자의 부재 속에서 공화당의 ‘왕따’였던 존 매케인이 대선 후보로 선출되는 횡재를 했다. 공화당은 집권해도 내부 긴장이 상당할 것이다. 집권에 실패하면 한동안 불임정당이 될 수 있다. 일반 보수세력도 혼란에 빠져있다. 새로운 보수주의 이념이 없다. 환경위기, 이민, 사회적 이슈에서 ‘전향적인 개혁 보수의 길을 가야한다’, ‘현실적 이상주의를 택해야 한다’는 등 백가쟁명이다.
■ 신자유주의의 퇴조
근대 혁신주의 시대는 미국 자본주의 도약을 위한 체질을 개혁하던 시기다. 뉴딜 시대는 도약의 시기로 미국 자본주의와 육체 노동자들의 황금기였다. 미국의 지구적 정치·경제 리더십이 확립된 시기다. 1970년대 후반부터 소위 신자유주의 시대가 시작됐다. 2008년에는 신자유주의의 심화, 심지어 천민자본주의 시대였던 도금시대(1865~1890)를 연상시키는 부시 행정부의 양태가 큰 후유증을 양산했다. 국내적으로 카트리나 재난, 금융위기, 이라크전 수렁의 세가지가 상징적으로 보여주듯, 신자유주의 체제가 퇴조하는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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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여유 매케인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가 25일 뉴멕시코주 메실라에서 열린 유세에서 공화당 상원의원인 린드세이 그래햄이 자신을 소개하자 환하게 웃고 있다. 메실라/ A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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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위기 속에서 잉태되는 조정자본주의
버락 오바마 민주당 대선후보는 애초에 신자유주의 시대 질서의 한계에 대한 비판적 문제의식이 강하지 않았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정책강령에서 큰 차이가 없다. 오히려 오바마는 전국민의료보험에서 힐러리보다 진보적이지 못했다. 금융위기가 오바마가 생각하지 못한 시대정신과 방향을 제시했다. 시대정신은 클린턴 민주당 행정부의 연장 이상을 요구한다. 클린턴의 신자유주의에 대한 조정자본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클린턴이 주도한 신자유주의와 여기에 연고자본주의가 결합된 부시의 신자유주의가 있다. 클린턴은 자본규제완화와 금융자본주의 본격추진, 자유무역체제 등을 확대했고, 삶의 양극화가 심해졌다. 근대 혁신주의 시대에 자본주의 질서를 바꾸고 기초체력을 강화했듯이, 미국 자본주의에 대한 조정과 개혁, 견제와 균형의 회복, 지구적으로 보다 부드러운 국제관계에 대한 새 질서로의 이행이 서서히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 한계가 있는 오바마, 요구되는 신진보주의
오바마는 존 에프 케네디적 스타일을 갖고 있다. 그가 당선된다면, 21세기 케네디의 부활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는 시민 모두의 공동체로서의 국가에 대한 사랑과 사회적 책임이라는 케네디의 공화주의적 문제의식을 이어받고 있다. 그러나 오바마가 금융위기 초반에 민첩하게 대응하지 못한 데서 드러나듯, 패러다임의 거대한 변화에 대한 인식이 명확하지 않았다. 집권했을 때 체계화된 프로그램을 갖고 일관되게 밀고 나갈지 의문이다. 민주당 내부의 의견도 엇갈린다. 이미 장기적 쇠퇴의 사이클에 진입한 미국 헤게모니의 연착륙을 유도할 신진보주의 시대를 열수도, 클린턴과 부시 행정부의 어두운 유산을 정리하는 것으로 끝날 수도 있다.
오바마를 지지하는 공화당원들과 넓은 정치연합을 구축한다면, 대중적 토대가 있는 민주당의 시대를 열어갈 것이다. 의회를 장악하고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등 비슷한 이념적 성향을 지닌 인사들과 함께 튼튼한 공조체제를 이룰 수 있다.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 후보가 공화당 온건진영과 함께 폭넓은 의제를 다루면, 의미있는 개혁을 할 수 있다. 오바마가 얼마나 설득력 있는 위대한 소통가로 발전할 수 있는냐가 관건이다. <끝>
정리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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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 심층해부 시리즈는 다음 전문가들과 함께 합니다.
김윤재 한국외국어대 겸임교수
손병권 중앙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안병진 경희사이버대 미국학과 교수
임성호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정진민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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