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10.27 17:09
수정 : 2008.10.27 17:09
오바마 당선 걱정에 증시폭락 등 사회혼란 우려
최근 금융위기의 여파로 미국인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차량과 가구, 의류 등의 매출은 떨어지고 있지만 총기류만은 매출 신장으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 인터넷판이 27일 보도했다.
총기와 탄약류의 매출이 올해 8∼10% 증가한 가운데 관계자들은 이같은 현상의 원인을 불안한 경제 상황에 대한 염려와 오는 11월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 민주당 대선 후보가 당선될 경우 총기 규제에 나설 지 모른다는 걱정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총기류 전문지인 트립와이어 뉴스레터를 발행하는 제임스 퍼틸로는 "일반적으로 경제가 어려워지면 총기류 매출이 올라간다"고 말했다. 경기 악화에 따라 사회적인 혼란이 일어나고 범죄가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이 자구책 마련을 부추기기 때문.
최근 총기류 매장을 방문한 55세의 밥 레이션씨는 "사람들은 지금 재난에 대비하고 있다"며 "이같은 조치(총기류 구입)는 보험이다. 증시가 폭락하고 실직자 및 불법체류자들이 늘어나면서 폭동의 가능성이 아주 높은 상태"라고 강조했다.
플로리다주립대학의 게리 크렉크 범죄학 및 범죄정의학 교수는 경제와 총기 매출간의 연관성을 조망하는 연구 결과는 없지만 사람들은 종종 자신의 신변이 염려되거나 정부가 총기류를 규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일 때 총기 구매에 나선다고 전했다.
지난 1994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군용 반자동 소총의 판매 금지를 시도했을 때 미국인들은 앞다퉈 총기 구매에 나섰으며 로스앤젤레스 폭동, 카트리나 참사, 버지니아 총기난사 등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난 직후에도 총기 매출은 대폭 치솟았다.
여기에 버락 오바마 후보의 당선 전망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최근 매출이 오른 매사추세츠 소재 총기판매업체인 `스미스앤웨슨'의 폴 플러프 대변인은 "오바마는 총기류 소지에 열렬하게 찬성하는 입장이 아니다"라며 총기류 애호가들이 "아직 가능할 때 총기류를 사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반자동 소총 두 자루의 구입 절차를 밟고 있는 마거릿 마커스(47)씨는 "지금 사람들은 오바마가 (총기를 소지할) 권리를 앗아갈까봐 걱정하고 있다"며 "주류 언론이 뭐라고 하건 오바마는 총기 소지 반대론자이다"라고 강조했다.
총기류 소지자들은, 총기류 구입시 과거 기록을 조회하는 방안을 지지했던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에 대해서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으나 새라 페일린 알래스카 주지사의 부통령 지명으로 안심했다고 전미사격스포츠재단(NSSF) 대변인이 밝혔다.
WP는 특히 올해의 총기류 매출 신장이 지난 2006년부터 3년째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 곳곳에서 부동산 거품이 꺼지기 시작했던 2006년 신장한 총기 매출은 지난해 부동산 위기와 버지니아 총기난사로 인해 20%(작년 4월기준)까지 급등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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