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을 곰곰히 생각해보다가, 저는 이 법안에 찬성하기로 했습니다. 물론, 사람이 자기 목숨을 스스로 어떻게 해야 할지를 결정하는 극단적인 예까지 가지 않기를 바라지만, 그래도 저 역시 나중에 혹시 무슨일이 생긴다면, 내 삶을 구차하게 연명하고 싶지는 않을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가족들에게 무수히 부담 줘 가면서... 그러면서 스스로 다짐하게 됩니다. 운동 열심히 하고, 건강한 삶 살아야지.. 하면서. 또 하나 중요한 사안은 교통체증 완화를 위한 대중교통 확보를 위한 공채안인데, 문제는 이 지역의 교통문제가 심각한 것엔 동의하지만 그것을 풀어내는 방법에 대해선 사람들마다, 또 단체들마다 그 의견이 틀리다는 겁니다. 어떤 이들은 도로를 확충하자고 말하지만, 이 지역이 평지가 아니다보니, 길을 새로 내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고, 혹여 다리를 이층으로 내어 도로를 건설하자니 이 지역이 지진 다발 지역이어서 선뜻 찬성하기 어렵고, 따라서 대중교통수단을 늘리자는 것인데 문제는 이게 채산성이 적다는 것입니다. 면적이 18만 4천 824킬로미터의 워싱턴주 전체 인구가 6백만명. 남한이 9만 9천 392 평방킬로미터의 면적임을 생각할 때 남북한 합친것보다 조금 작은 이 워싱턴주에서, 그것도 메트로 지역만에서 교통수단을 확충하자니 당연 이용 인구가 적을 것이고, 이 때문에 주민들과 정부의 지원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도로망을 더 확충하기 힘드니 나온 고육지책이고, 내년부터 운행 예정인 경전철의 운행 구간을 늘리는 등의 복안이 포함되어 있는데, 문제는 이 때문에 세일즈 택스를 0.5% 더 올리겠다는 데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부가가치세'에 해당할 수 있는 세일즈 택스는 각 지역마다 틀리지만 킹 카운티 지역에선 현재 9%. 여기서 0.5%를 더 올리면 거의 10% 수준입니다. 식료품을 제외한 과세 물건을 구입할 때, 가격이 10달러 붙은 물건을 사면, 세금으로 95센트를 내야 한다는 이야기인데, 그동안 이 판매세에 대해 불만을 가진 사람들도 적지 않았던 터라 통과여부는 불확실합니다. 저는 일단 찬성에 표를 던지긴 했지만... 이밖에 이런저런 주민발의안에 나름으로 찬반을 표시한 후 - 이게 꼭 우리나라에서 학력고사 보던 때를 생각나게 합니다. 아, 저 학력고사 세대고, 논술 첫 세대거든요- OMR 투표용지인지라, 동그라미를 새까맣게 칠해야 합니다. 자, 이제 중간쯤에 기대하던 이름들이 보입니다. 후보자군중 가장 위에 올라온 배럭 오바마와 조 바이든의 이름 옆의 동그라미에 새까맣게 칠합니다. 후보군들을 보니 '사회주의 노동자당' 도 있고, 무소속의 랠프 네이더도 보이고, 헌법당이라는 당도 있고... 그렇군요. 그 뒤에 줄줄이 주 상하원 의원들, 주 대법원 판사들을 뽑는 란이 있고, 팸플릿을 참조하여 그들의 성향과 정견을 읽은 후 다시 공란들을 칠해주고... 이렇게 제 투표는 마쳐집니다. 이번 대선의 의미 중 가장 큰 것은 미국이 과연 '변화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오바마가 당선된다면, 세계가 미국을 보는 시각이 분명히 틀려질 것입니다. 그리고 그동안 공화당의 무책임했던 성장위주의 정책에 제동을 거는 계기가 되어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지금까지의 자유무역 기조 역시 다시 보호무역으로 돌아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세계 각 나라들은 무역보다는 오히려 자국 경제 단속에 나서야 할 때여서, 오바마의 당선 여부와는 상관없이 경제정책은 수출보다는 자국경기강화 쪽으로 방향을 잡을 것이 분명하고, 그 때문에 오바마가 당선될 경우 그가 약속했던 대로 외국으로 나간 미국의 기업들을 다시 불러들여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직장을 돌려줄 수 있을지, 그것이 제일 궁금합니다. 아무리 기업이 돈을 많이 번다고 해도, 그것이 자국민들에게 충분한 '구매력'을 보장해주지 않는 이상 기업은 마땅히 한 나라 안에서 일자리를 창출해야 할 자신의 역할을 피하는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국제관계에서, 오바마의 등장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물론 우리나라의 현 정부처럼 공화당과의 친분을 더 중요시하고 맥케인이 당선되기를 바라는 국가들도 있을 터이지만, 그것은 이제 분쟁을 넘어서 평화를 갈구하고 있는 많은 세계평화애호시민들의 열망과는 반대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평화라는 것이 갖는 가치는 그 어떤 것보다도 중요합니다. 전쟁으로 죽는 사람들을 생각해보면 그것은 더욱 자명해집니다. 단지 분쟁지역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의 미래를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완전히 박탈당해 버린' 사람들을 생각하면 저는 더더욱 이 공화당 정권이 속히 끝나기를 열망하고 있습니다. 미국 와서 대통령 선거에 투표하는 것이 이번으로 세번째군요. 제 한 표가, 새로운 미국이 도래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이번 선거를 통해 현재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신자유주의와 그 폐해에 대해 심판하는 계기가 도래하기를 바래봅니다. 미국이란 나라가 아직까지 세계에 가지고 있는 영향력으로 볼 때, 지금까지의 체제가 그대로 유지되는가, 혹은 미국이라는 나라의 변화로 인해 세계에 그 변화의 영향력을 파급시킬 수 있는가 하는 기로에서, 저는 실제로 전 세계에 영향을 끼치지만, 결국은 미국 시민들에게만 주어져 있는 권리이기에 더욱 신중하고 현명하게 생각하려 애썼고, 고민 끝에 제 나름으로는 최선을 다 해 제게 주어진 권리인 '한 표'를 행사했습니다. 11월 4일, 그 뚜껑이 열릴 때의 결과가 너무 궁금하군요. 꼭 오바마가 당선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시애틀에서...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블로그>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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