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11.04 19:13
수정 : 2008.11.05 04:02
역사적 ‘흑인 대통령 탄생’ 기대감 축제 분위기
시민들, 당선축하 준비 분주…100만명 모일듯
시당국도 참가자 안전·수송대책 마련 등 지원
버락 오바마 미 민주당 대선후보의 정치적 고향인 시카고는 곧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축제 분위기다. 오바마는 컬럼비아대 졸업 뒤 시카고에서 처음으로 사회운동을 시작했으며, 하버드대 로스쿨을 마친 뒤에도 대형 로펌의 고액 연봉을 뿌리치고 시민운동을 하기 위해 이곳으로 돌아왔다. 그의 ‘헌신’에 대해 시카고 시민들은 이곳의 상징인 그랜트파크에서 투표 당일 밤 열리는 당선 축하 행사를 적극 지원하는 것으로 화답했다.
시 당국은 시민들의 요구에 따라 행사장 안전부터 참가자 수송 대책까지 모든 것을 지원한다. 리처드 데일리 시장은 지난 2일 기자회견을 열어 “4일 밤 행사는 역사적인 이벤트다. 역사적 현장에 참가하려는 시민들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역사의 한순간이 된다는 기대감, 사상 유례없는 풀뿌리 선거운동 열기로 이날 행사에는 최대 100만명이 참가할 것으로 시 당국은 예상한다. 오바마 선거 캠프에서 발행한 행사장 입장 초대권은 7만여장뿐이지만, 이보다 10배나 많은 시민들이 행사장 밖에 몰릴 것이기 때문이다. 오바마는 서부 해안지역 투표가 마무리되는 4일 밤 11시(한국시각 5일 오후 2시) 이후에야 행사장에 나올 예정이다. 이 때문에 시카고시는 대중교통 운행 마감시간도 연장했다. 밤 11시30분까지 운행하던 지하철과 버스를 5일 새벽 1시까지 연장운행한다.
그랜트파크 곳곳에는 텐트가 준비되고 무대엔 오바마가 연설할 연단도 세워졌다. 오바마의 안전을 고려해 무대 끝에는 방탄유리도 설치됐다. 전세계에서 모여든 취재진들은 벌써 카메라와 취재장비를 설치했다.
대규모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자 행사장에 가는 대신 집에서 조촐한 모임을 준비한 시민들도 있다. 데이비드 월 섀프터(52)는 “친구를 집으로 초대해 저녁식사를 한 뒤 함께 개표 중계방송을 볼 예정”이라며 “알래스카(세라 페일린 공화당 부통령 후보가 주지사로 있는 곳)가 그려진 케이크를 먹으면서 공화당이 망가지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카고 지역 전체가 오바마 지원에 나서고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시카고 외곽의 작은 도시 빌라파크에서는 오바마 선거 푯말을 마당에 설치한 주민들의 집에 협박편지가 배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시 외곽 교외지역은 전통적으로 공화당 지지세가 강하다.
해리 업쇼(84) 전 일리노이대 교수는 “만약 오바마가 당선되지 않는다면 오바마 지지자들이 느끼는 심리적 충격은 매우 클 것”이라며 “자칫 매케인 지지자들과 충돌해 큰 소동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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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이춘재 기자,정안숙 통신원
c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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