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11.07 19:00
수정 : 2008.11.07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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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내정된 램 이매뉴얼(가운데) 하원의원이 6일(현지시각) 시카고에 있는 자신의 지역구 사무실을 나서면서 휴대전화로 통화하고 있다. 시카고/A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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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매뉴얼 비서실장’ 의미
AP “오바마 온건한 이미지 쇄신 의지” 해석
워싱턴 정가 풍부한 경험 빌리려는 의도도
지난 10월 어느 날 밤 7천억달러의 구제금융안을 놓고 미국 정부와 하원 사이에 줄다리기 회의가 진행되고 있었다.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과 조수아 볼턴 대통령 비서실장 사이의 지루한 협상이 스피커폰을 통해 이어졌다. 이때 펠로시 옆에 있던 램 이매뉴얼 민주당 전당대회 의장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당신은 이걸 알아야 해요, 조시.(볼턴의 애칭) 이건 정치문제란 말이오.” 몇 분 뒤 백악관은 ‘항복’을 하고, 펠로시는 이매뉴얼이 옆에 서서 지켜보는 가운데 협상 타결 결과를 발표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가 이매뉴얼을 대통령 비서실장에 지명하자, 워싱턴 정가는 ‘오바마의 전략 선회’를 예고하는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6일 이매뉴얼의 발탁 배경은 ‘심복’ ‘명성’ ‘워싱턴통’ 등 세 가지 요소로 요약된다고 보도했다.
이 가운데 명성의 상당부분은 정가에서 ‘람보’로 불리는 이매뉴얼의 정치 스타일에서 온다. 그는 1993년부터 98년까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정책보좌관을 지내고, 민주당에서 하원 서열 4위로 오르는 동안 직설적이고 저돌적인 정치행보를 보여 왔다. 그의 선택은 오바마가 선거 과정에 견지해 온 초당파적이고 온건주의적인 ‘노 드라마’(드라마처럼 돌출행동은 없다) 이미지를 쇄신해 공세적이고 색깔 있는 노선을 취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고 <에이피>(AP) 통신이 보도했다.
상원 초선인 오바마가 워싱턴 경험이 풍부한 이매뉴얼을 측근에 두려는 것은 워싱턴 정가와 좀더 수월하게 소통하려는 의도로도 읽힌다. 이매뉴얼은 당파의 이익이 걸린 문제에는 싸움꾼으로 나서면서도 공화당 의원들한테는 “대화가 통하는 중도적 실용주의자”로 여겨진다. 린드세이 그래엄 공화당 의원은 “이매뉴얼은 정파적인 인물이지만 공조의 필요성을 이해하는 정치인”이라고 <시엔엔>에 말했다.
하지만 민주당 내 진보진영과 노동조합은 이매뉴얼이 클린턴 행정부 시절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 타결에 앞장섰던 일을 떠올리며 그의 백악관 입성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공화당도 워싱턴통인 이매뉴얼의 선택은 ‘새로운 정치’를 내세워온 오바마가 ‘워싱턴 개혁’ 공약을 어긴 것이라고 공격했다. 공화당 전국위원회 의장인 알렉스 코넌트는 “이매뉴얼은 워싱턴을 분열시키는 정파적 인사로, 그의 비서실장 발탁은 오바마가 분열을 치유하겠다고 한 약속을 저버린 행위”라고 비난했다.
이스라엘 건국에 관여한 예루살렘 출신 의사의 아들인 유대인 이매뉴얼이 중동문제에 대한 식견을 인정받는 동시에 친이스라엘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차기 행정부의 중동정책 향방을 점칠 가늠자로도 여겨진다. 오바마가 미-이스라엘 동맹 지지 등 이스라엘 편향으로 나가는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고 <폭스 뉴스>가 이날 보도했다. 이매뉴얼은 2007년 6월 팔레스타인 이슬람무장조직 하마스가 가자 지구를 장악한 것과 아랍국들의 수수방관을 비난하는 등 친이스라엘 정견을 숨김 없이 드러내고 있다. 이라 포르맨 민주당 유대인전국위원회 집행위원장은 “미국이 이란 등의 이스라엘 위협을 방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지로 해석된다”며 “이매뉴얼은 이러한 사안을 다루는 데 유약하거나 우유부단하다는 비난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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