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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타나모 문 닫고, 기후변화 품 열고…
세계협력체제 성큼 ‘관타나모 포로 수용소 폐지’ ‘기후변화에 대한 전향적 자세’ 등을 공약한 버락 오바마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4일 대통령에 당선하면서 예견됐던 미국 외교정책 노선의 변화가 구체화하고 있다. <에이피>(AP) 통신 등이 10일 보도한 오바마 진영의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 방침은 새 정부가 추구하려는 다자주의 외교노선의 시발점으로 받아들여진다. 관타나모는 2001년 9·11 동시테러 뒤 ‘대테러전쟁’을 선포한 조지 부시 대통령이 추구해온 일방주의 외교노선의 상징으로 여겨져왔다. 2002년 개설된 수용소에는 아프가니스탄 등 국외와 미국 내 테러리스트 용의자들이 수감돼 고문받으며 정당한 재판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국제적 비난을 사왔다. 이날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윌리엄 드로즈디악 미국 독일위원회 회장이 밝힌대로, 오바마가 취임과 동시에 수용소의 폐쇄를 선언할 경우 수용소로 인해 그동안 국제 사회에서 잃어왔던 미국의 명성을 어느 정도 되찾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오바마 행정부가 수감자의 대다수를 석방해 자신의 조국으로 돌려보낼 경우, 이들 국가와의 외교적 긴장 해소에 돌파구가 열릴 수 있다. 또한 새 정부는 나머지 수감자들도 미국내 일반 법정에서 공개재판을 받도록 해 국제적 인권 침해 논란도 해소할 계획이다. 오바마는 부시가 독불장군 식으로 국제 협력을 무시해온 기후변화 문제에도 열린 자세를 보이고 있다. 부시는 취임 초 세계가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규제하기로 합의한 교토의정서 서명을 거부해 국제사회에서 따돌림을 받아왔다. 드로즈디악은 “오바마가 취임 뒤 즉시 기후변화 문제에 관한 중요한 제안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일방주의를 끝내고 기후변화에서 지도력을 보인다면 유럽 등과의 관계 개선이 크게 진전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바마의 외교 노선 선회는 유럽 국가들에게 새로운 협력체제에 대한 희망을 주고 있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이날 런던시장 관저에서 한 연례 외교정책 연설을 통해 “우리는 편협한 일방주의가 아닌 진보적 다자주의가 규범이 되는 진정한 국제 사회를 창조해가는 중요한 시대를 열어가야 한다”며 “미국과 영국 나아가 미국과 유럽의 동맹은 강력하고 안전하고 정당한 국제 질서를 구축하는 데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요슈카 피셔 전 독일 외무장관은 “미국이 이렇게 180도 변화할 수 있다니 놀랍기만 하다”고 말했다고 드로즈디악은 전했다.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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