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오바마는 노예의 후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할아버지가 과거 영국 식민지였던 케냐의 독립을 위해 투쟁하다 영국인들에 의해 투옥돼 고문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케냐의 할머니가 주장했다. 오바마 당선인의 할아버지 후세인 오냥고 오바마의 셋째 부인인 사라 오냥고(86) 할머니는 3일자 영국 일간 더 타임스에서 남편이 1949년 체포돼 2년 동안 감옥살이를 한 독립투사 중 한 명이라고 공개했다. 사라 할머니는 당시 독립운동 세력에 대한 정보를 캐내기 위해 "아프리카 교도관들이 백인 영국군들로부터 할아버지가 고백할 때까지 아침, 저녁 채찍질하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사라 할머니는 "팔과 다리를 묶고, 머리를 바닥에 박게 한 뒤 그들은 할아버지의 손톱과 엉덩이를 날카로운 핀으로 쑤시고, 때로는 두 개의 금속 막대로 고환을 쥐어짜곤 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오냥고 할아버지는 그때 받은 고문 때문에 평생 상처를 지녔고, 깊은 반영 감정을 품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할머니는 "당시 우리는 영국인들이 실제로 우리 친구가 아니라 적이라는 것을 인식하게 됐다"며 "남편은 그들을 위해 그렇게 열심히 일했지만 결국 체포되고 구금됐다"고 말했다. 오바마 당선인은 자서전 '나의 아버지로부터의 꿈'에서 할아버지의 투옥에 대해 간단히 언급하고, 할아버지가 무고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서술하고 있다. 한편 미국 역사상 최초로 흑인 영부인이 될 미셸 오바마가 노예의 후손으로 밝혀졌다고 시카고 트리뷴 인터넷판이 보도했다.신문은 1880년 인구센서스 자료를 확인한 결과 1850년생인 미셸의 고조부 짐 로빈슨이 적어도 남북전쟁 때까지 사우스캐롤라이나의 프렌드필드 벼 농장에서 노예생활을 했고 종전 후 노예거주 지역에서 소작농 신분으로 가족들과 함께 거주했다고 전했다. 로빈슨의 벼 농장 생활을 보여주는 기록은 찾아보기 어렵고 사망한 연대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1870년대 지도에는 노예의 거리를 따라 10~13채씩 세 줄로 늘어서 있고 현재까지 남은 5채의 오두막은 '백악관(White House)'이라고 불려 관심을 끌고 있다. 글을 깨우치지 못했던 로빈슨 이후 가족들은 교육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미셸 오바마가 사학 명문 프린스턴 대학과 하버드 법과대학원을 졸업하기에 이르렀다. 미셸의 증조부인 프레이저 로빈슨 1세는 제재소 일꾼과 구두 수선공, 신문판매원 등으로 생계를 꾸렸으나 흑인신문을 퇴근길에 집에 가져올 정도로 교육에 남다른 열성을 보인 결과다. 김진형 특파원 kjh@yna.co.kr (런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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