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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살 ‘대공황 소녀’ “그 때 그 시절엔…” |
"어디에도 먹을 것이 없었습니다. 우리는 집으로 돌아가서 눈물만 흘렸어요. 그런 일이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소매가 해진 낡은 옷을 입고 찌푸린 눈으로 먼 곳을 응시하는 여성. 어깨에는 고개 숙인 아이들 2명이 매달려있다.
1936년 찍힌 이 흑백사진 한 장은 당시 대공황으로 미국인들이 겪었던 참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걸작으로 꼽힌다. 이 사진에 등장해 '대공황 소녀'로 알려진 캐서린 맥클린토시(당시 4세)에게는 73년이 지나 77살의 할머니가 된 지금도 고생스러웠던 과거가 생생하다.
그녀는 3일 보도된 CNN 방송과 인터뷰에서 "다시는 그렇게 살지 않을 수 있기를 원했다"면서 "우리는 모두 열심히 일했고, 좋은 일자리를 찾았으며, 집을 얻었을 때는 그것을 잃지 않으려고 애썼다"고 말했다.
대공황 때 캘리포니아주 니포모에서 농장일을 하던 어머니 밑에서 굶주리고 가난한 시절을 견뎌야 했던 캐서린은 "그때는 음식이 부족해 캠프에 있는 모든 사람이 굶주렸다"고 회상했다.
그런데도 그녀는 "좋았던 때도 절반은 있었다"라며 특히 사진 속 주인공인 어머니가 가족의 버팀목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녀는 "어머니는 아주 강한 여성이었다. 우리는 풍족하게 지낸 적이 한번도 없는데도 어머니는 우리에게 가진 것이 있다고 믿게끔 하셨으며, 자신이 굶주릴 때에도 자식들에겐 먹을 것을 구해주었다"고 말했다.
캐서린은 캘리포니아주 머데스토에 '천장이 있는 집'을 장만한 지금도 대공황 때 천막에서 지내던 시절을 떠올리며 집안 청소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그녀는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로 지목되는 최근 금융위기에 대해 요즘 사람들이 "하루 벌어 하루 쓰기 바쁘다"고 지적하면서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녀는 "그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차기 대통령이 될 버락 오바마 당선인에게도 "중산층을 생각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신유리 기자 newglass@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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