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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2.16 20:25 수정 : 2008.12.16 20:25

버나드 매도프(70·사진)

월가 최대 금융사기 버나드 매도프

자선재단 재정악화가 발단
감독 스필버그도 피해자

미국 플로리다 탬파에서 두 아이와 함께 사는 주부 수전 레빗(46)은 지난 11일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경악했다. 유산으로 받은 수백만달러를 투자한 증권회사의 버나드 매도프(70·사진) 회장이 희대의 사기극을 벌였다는 뉴스가 믿기지 않았다. 한 친구가 불황기에도 고수익을 보장해주는 매도프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지만, 레빗은 “15년 동안 해마다 10%의 수익을 올려줬다”며 친구의 질시로 치부했다. 올해 초에는 50만달러를 더 투자했다. 레빗은 지금 직장에 다시 나갈 것을 고려하고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레빗같은 매도프의 금융사기 피해자 명단에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나치 수용소에서 살아남아 노벨 평화상을 받은 엘리 위젤 등도 이름을 올렸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15일 보도했다. 이들이 세운 자선재단은 매도프에게 상당액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 통신은 이날 유대인 자선단체인 차이스패밀리재단이 자산 대부분을 잃어 직원을 내보내고 문을 닫았다고 전했다.

역설적이게도 매도프 자신도 자선가로 이름을 날렸다. 1960년 22살 때 뉴욕 근처 해변에서 해난구조원과 자동물뿌리개 설치원 일을 하면서 번 5천달러를 밑천으로 회사를 세운 그는 1985년 한해 600만달러를 벌고 세금으로 100만달러를 내는 백만장자로 변신했다. 유대인 가정 출신인 그는 1900만달러를 투자해 매도프가족재단을 세워 병원과 극장을 지원하고, 유대인의 교육과 문화사업 등에 기부금을 희사해 왔다. 그의 아들이 림프암 진단을 받았을 때는 600만달러를 암 연구에 기부하기도 했다.

매도프의 몰락은 자선재단의 재정 악화에서부터 드러나기 시작했다. 부인이 운영해 온 매도프가족재단은 2006년 127만여달러를 기부했으나, 지난해 기부금은 9만5천달러에 불과했다. 그의 사기 행각은 회사의 중역으로 앉힌 그의 아들들에 의해 당국에 신고되는 비극으로 막을 내렸다. 이달 초 매도프는 한 아들에게 고객들이 70억달러의 상환을 요구하는데 유동성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는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도 그는 직원들에게 평상시보다 일찍 상여금을 주겠다고 말했다. 매도프는 다음날 상여금 문제를 의논하자며 아들들을 아파트로 불러들인 뒤 그의 사업이 모두 사기였다고 밝혔다. 그는 “모든 것이 끝났다. 아무것도 남은 게 없다. 모두 거짓이고, 대형 폰지사기다”라고 털어놓았다. 두 아들은 이 문제를 변호사와 상의했고, 이 변호사는 10일 밤 연방 수사당국에 이 사실을 알렸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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