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12.21 10:26
수정 : 2008.12.21 10:26
WSJ, “나이지리아 전 독재자와 가까운 기업인 포함”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부인 힐러리 클린턴의 국무장관 지명을 조건으로 공개한 클린턴 자선재단 기부자 명단을 둘러싼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20만명이 넘는 기부자 명단에 미국의 외교정책과 이해관계가 있는 외국 정부와 기업이 대거 포함돼 있어 힐러리가 국무장관에 임명되더라도 그의 직무수행의 중립성에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
특히 월스트리트저널은 20일 `빌 클린턴의 복잡한 세계'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그의 고액 기부자 명단에 포함된 나이지리아 출신 기업인 길버트 차고리와의 석연치 않은 관계를 대서특필했다.
차고리는 클린턴 재단에 100만∼500만 달러를 기부한 고액 기부자 명단에 포함돼 있으며, 그가 클린턴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했던 1996년에 막대한 선거자금을 제공했고 이후 클린턴이 대통령직을 떠나 있을 때는 수시로 거액의 연설료를 지불하는 등 막후 후원자로 활동했다고 소개했다.
또한 차고리 가문은 올해초 힐러리 클린턴이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섰을 때도 상당액의 기부금을 전달했다고 폭로했다.
문제는 차고리의 과거 경력이다. 그가 1990년대 중반 나이지리아의 군사 독재자인 사니 아바차와 가깝게 지낸 인물이며 엄청난 이권사업에 개입했던 인물이라는 것이다.
1998년 아바차가 사망한 뒤 스위스와 다른 유럽 국가들은 아바차의 은행계좌를 동결했고, 여기에는 차고리와 관련된 일부 계좌도 포함돼 있었다고 한다.
아프리카 지역의 영향력 있는 외교전문지인 `아프리카 컨피덴셜'의 패트릭 스미스 편집장은 "차고리는 아직도 나이지리아 권력의 핵심인사들과 깊은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그와 클린턴 전 대통령과의 관계는 힐러리 국무장관에게는 문제가 될 것이 틀림 없다"고 말했다.
나이지리아는 막대한 석유 매장량과 나라의 크기 등으로 아프리카 지역에서 미국에게 가장 중요한 국가중 하나로 자리매김이 되어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나이지리아 출신이지만 부모가 레바논계인 차고리는 현재 레바논 지역의 종교.정치 지도자들에게도 막대한 재정적 지원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고리는 또 클린턴 전 대통령의 재선 선거운동 당시 46만 달러를 민주당 전국위원회와 연계된 유권자 단체에 기부했으며, 이후 클린턴이 재선에 성공한 뒤 백악관 만찬에 초대됐다고 신문은 전했다.
2003년에는 클린턴의 카리브 연안 방문때 한번 연설료로 10만달러를 지불하기도 했고, 2년전 뉴욕에서 열린 클린턴의 60회 생일 잔치때도 초대됐다고 한다.
그는 또 자신의 친척 명의로 힐러리의 민주당 후보 경선때 선거운동본부에 10만 달러를 기부했으며, `차고우리', `차거리' 또는 `챔촘'(부인의 중간 이름) 등의 명의로 법정 최고 개인 후원액인 4천600달러씩을 기부하기도 했다.
김현재 특파원
kn0209@yna.co.kr (뉴욕=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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