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1.05 18:48
수정 : 2009.01.05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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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리처드슨(61·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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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외교 능력 탁월
각료 중 첫 사퇴
미국 정가에서 중남미계 대표주자인 빌 리처드슨(61·사진) 미 뉴멕시코 주지사가 차기 행정부 상무장관 자리에서 낙마함에 따라, 본인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 캠프가 두루 심각한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
그의 낙마는 오바마 측근에서 발생한 두번째 부정 의혹 사건이다. 그러나 오바마는 자신의 상원의원 후임자리를 팔려 한 혐의를 받고 있는 로드 블라고예비치 일리노이 주지사 사태 때와는 사뭇 다른 태도를 보인다. 오바마는 3일 리처드슨이 사퇴 뜻을 밝힌 뒤 “평범하지 않은 경력을 통해 쌓은 혜안을 가진 뛰어난 공복”이라며 “(그의 사퇴는) 매우 유감”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제적으로 중차대한 시기에 상무장관의 임명이 지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스스로 용퇴한 것만 보아도 그가 국가를 가장 우선순위에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추어올리기까지 했다.
리처드슨은 뉴멕시코 주정부로부터 부정하게 사업 수주를 딴 혐의를 받고 있는 회사로부터, 2005년 주지사 재선 선거를 앞두고 1만달러를 받는 등 모두 11만달러의 정치자금을 받았다. 사업 수주 과정에 리처드슨이 관여했는지 연방 대배심원의 조사가 진행 중임에도 오바마가 그에게 전폭적 지지를 보낸 것은 블라고예비치를 가능하면 멀리 하려던 태도와 대조적이다. 오바마의 리처드슨에 대한 신뢰가 깊다는 방증이다.
오바마는 리처드슨에게 두가지 빚을 졌다. 빌 클린턴 정부에서 에너지장관과 유엔대사를 지낸 ‘클린턴 맨’ 리처드슨은 힐러리 클린턴의 구애를 뿌리치고 오바마를 선택했다. 어머니가 멕시코인인 리처드슨은 대선에서 중남미계(히스패닉)를 설득해 뉴멕시코를 민주당에 품에 안겨주었다.
그러나 오마바가 “나중에라도 새 행정부에서 함께 일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아쉬움을 토로한 것은 단지 마음의 빚 때문은 아니다. 리처드슨은 클린턴 정부 시절 이라크, 수단, 북한, 쿠바 등 이른바 ‘불량국가’들과 협상외교에서 수완을 발휘했을 뿐더러,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남미계 인사로 꼽힌다. 2002년 주지사 선거운동 때 8시간 동안 1만3392명과 악수를 해 기네스북에 오른 그는 1960년대 후반 보스턴 근방에서 무임편승(히치하이킹)을 해 현재 부인을 만난 이색경력을 지녔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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