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의 과제-3조달러의 행방' 출간
최근 미국의 국방관련 싱크탱크인 미 전략예산평가센터는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비(戰費)가 올해 1조 달러에 육박할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그러나 200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와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 행정대학원의 린다 발메스는 이라크 전쟁의 비용이 3조 달러 이상, 우리 돈으로 약 3천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며 경제학적 관점에서 이라크 전쟁의 의미를 분석한다. 이들은 '오바마의 과제-3조 달러의 행방'(전략과문화 펴냄)에서 정치적 관점에서 이라크 전쟁을 다루는 대부분 책들과는 달리 경제학적 관점에서 이라크 전쟁의 의미를 분석하며 전쟁을 해서는 안 되는 이유를 새로운 시각에서 이야기한다. 전비 계산은 2001년부터 2007년 12월25일까지 관련된 모든 군사작전 지출을 계산하는 데서 시작한다. 군사작전을 수행하는데 들어간 예산부터 앞으로 이라크에 주둔할 정규군 유지비용 등 미래에 들어갈 비용, 퇴역군인들의 장해보상과 건강관리에 필요한 현재와 미래의 비용, 전쟁을 치르느라 사용한 무기와 장비의 정비 비용, 퇴역군인들에 대한 주택보조와 직업교육 등을 지원하기 위한 다른 정부부처의 비용 등은 직접 비용이다. 여기에 전쟁에서 잃은 수많은 목숨과 수천 명의 부상에 대한 경제적 손실 등 경제 전반의 부담을 평가하고 유가 상승과 막대한 연방정부 적자 등 전쟁으로 말미암은 거시경제의 충격, 그리고 이자와 물가상승률에 따른 화폐가치 조정까지 방대한 작업을 통한 계산결과가 3조 달러에 이르는 것이다.그러나 저자들은 단순히 '돈을 많이 썼다'라는 문제 제기에 머무르지 않는다. 3조 달러를 썼다고 해서 미국이 파산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정확한 비용계산에 바탕을 두지 않은 잘못된 의사결정이 가져올 수 있는 경제적 손실, 즉 기회비용이다. 저자들은 이라크에 엄청난 돈을 들이붓지 않았더라면 앞으로 50년간 사회보장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1조 달러는 주택 800만 호를 지을 수 있는 금액이고 1천500만 명의 공립학교 교사를 1년간 채용할 수 있는 돈이다. 또 5억 5천만 명의 어린이에게 1년간 무료로 건강보험을 제공할 수 있으며 주립대학생 4천300만 명에게 4년간 장학금을 줄 수 있는 금액이다. 이라크 전쟁에 들어간 3조 달러의 돈으로는 이런 일을 세 배 더 많이 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교육과 기술개발, 연구에 투자했다면 미국 경제는 더 크게 성장했을 것이며 제3세계를 도울 수도, 미국 내 서민의 조세감면 등 미국을 더 살기 좋은 나라로 만들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게 저자들의 이야기다. 결론은 역시 전쟁의 무의미함이다. 경솔한 판단과 결정으로 수행된 전쟁은 인명 피해는 물론, 전쟁이 끝난 뒤까지 사람들을 괴롭히는 행위일 뿐이기 때문이다. "발생 가능한 인적ㆍ경제적 비용을 정확히 평가하고 현역 또는 재향군인에게 적절한 처우를 제공하는 계획 없이 전쟁을 해서는 안 된다. (중략) 전쟁은 단순히 젊은이들이 다른 젊은이들을 죽이고 불구로 만드는 행위일 뿐이다. 더욱이 전쟁의 피해와 비용은 마지막 총성이 울린 뒤에 오랫동안 살아남아 우리를 괴롭힌다"(251~252쪽) 원제 'The Three Trillion Dollar War-The True Cost of the Iraq Conflict'. 서정민 옮김. 371쪽. 1만8천원. (서울=연합뉴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