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1.10 14:57
수정 : 2009.01.10 14:57
일리노이주 하원, 탄핵 권고안 가결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의 사퇴로 공석이 된 연방 상원 의원직을 돈을 받고 팔려고 한 혐의로 기소된 라드 블라고예비치 일리노이 주지사가 주 하원의 탄핵 권고안 가결로 탄핵 위기에 내몰리게 됐다.
특히 주민들은 물론 퀸 일리노이주 부지사마저 블라고예비치 주지사의 사임을 촉구하고 나서는 등 퇴진 압박이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어 사실상 정치생명이 끝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일리노이주 주 하원은 9일(이하 현지시간) 전체 회의에서 블라고예비치 주지사에 대한 탄핵권고안을 찬성 114, 반대 1의 압도적인 표차로 주지사 탄핵을 의결했다. 앞서 주 하원 탄핵특별위원회는 8일 그에 대한 탄핵안을 만장 일치로 통과시킨 바 있다.
이에 따라 블라고예비치는 향후 2주간에 걸쳐 진행될 주 상원의 심리에서 탄핵 정당성이 인정되면 일리노이주 사상 최초로 불명예 퇴진하는 주지사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일리노이주 의회는 지난해 12월 9일 블라고예비치 주지사가 연방 상원의원직 매직 혐의 등으로 형사기소된 이후 주지사의 매관매직 및 권력 남용, 세금 낭비, 주지사 업무 수행 무능력 등을 이유로 탄핵 절차를 밟아왔다.
이에 대해 블라고예비치 주지사는 이날 오후 자신의 집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주 의회가 건강보험 확대와 저렴한 처방약을 제공하는 자신의 정책에 반대해 탄핵 투표를 한 것"이라며 자신은 이에 불복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블라고예비치 주지사는 "나는 잘못한 것이 없다"며 "종국에 가서는 자신의 무죄가 드러날 것으로 확신하며 그때까지 (주지사로서) 주민들을 위해 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블라고예비치는 주 정부의 심각한 재정적자에도 불구, 유권자들로부터 인기를 얻기 위해 건강보험 확대를 무리하게 추진했으나 번번이 주의회에 의해 저지되면서 의원들과 마찰을 빚어왔다.
한편 이날 블라고예비치 주지사의 기자회견이 끝난 후 패트 퀸 일리노이주 부지사도 별도의 기자회견을 열어 "주지사는 이미 일리노이주민들의 신망을 잃었다. 사임하는 것이 적절한 코스다. 그가 오늘 사임을 발표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해 자발적인 퇴진을 종용했다.
또 시카고 언론 웹사이트에도 "현실을 무시하고 환상을 쫓는 미친 주지사", "일리노이주를 웃음거리로 만드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는 등의 비난이 빗발치는 등 네티즌들의 격앙된 반응이 이어졌다.
이경원 통신원
kwchrislee@yna.co.kr (시카고=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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