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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1.22 17:29 수정 : 2009.01.23 10:07

대법원장이 잘못 읽은 헌법 선서문 따라해 불씨
“법정 공방 우려” 지적에 기자 증인 내세워 재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취임 이튿날인 21일 ‘두번째 취임선서’를 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이날 그레그 크레이그 백악관 법률고문은 “어제 취임선서가 효과적으로 치러졌으며 대통령도 실질적으로 취임했다고 믿는다”며 “다만 헌법에 선서문이 적혀있는데다, (어제 선서에서) 단어 하나의 순서가 잘못돼 존 로버츠 대법원장이 대통령의 취임선서를 다시 집행할 것”이란 성명을 냈다. 저녁시간 이 성명을 발표한 로버트 깁스 백악관 대변인은, 바로 뒤 백악관 1층의 ‘맵룸’으로 기자들을 데려갔다.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던 오바마 대통령과 로버츠 대법원장은 기자들을 증인 삼아 25초만에 취임선서를 다시 끝냈다. 몇 시간 전만 해도 “선서를 다시 할 이유가 없다”던 백악관이 ‘사뿐한 출발’을 위해 미연에 걱정거리를 모두 털어버린 셈이다.

 하루 전 취임식에서 선서문을 선창한 로버츠 대법원장은, 첫문장에서 단어 ‘성실히’(faithfully)의 위치를 틀리게 말했고 전치사 of를 to로 잘못 읽었다. 따라하던 오바마가 잠시 말문이 막힌 채 미소를 짓는 사이, 로버츠는 실수를 정정하려는 듯 문장을 고쳐 말하려 했다. 그러나 오바마가 로버츠의 틀린 순서를 그대로 읊으면서 선서는 그대로 끝이 났다.

 이보다 앞서 오바마가 로버츠의 선창 도중에 끼어들어 실수를 초래했다는 분석도 있었지만, 로버츠 대법원장이 “역사적 순간을 망쳤다”는 비난이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선서와는 상관없이 대통령은 취임했는데 무슨 상관이냐”는 ‘실용론’ 속에 “잘못된 취임선서가 무효화돼 법정 공방으로 갈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취임식 뒤 오찬 행사에서 로버츠 대법원장은 오바마를 찾아가 “내 실수였다”며 사과했다.

 미국 대통령들의 취임선서에는 얽힌 일화가 많다. 1929년 허버트 후버 대통령의 취임선서에서도 대법원장이 취임선서를 잘못 선창했다. 대법원장이 되기 전 대통령을 역임했던 윌리엄 태프트 당시 대법원장은 (헌법을) ‘보호한다’(protect)고 해야할 것을 ‘유지한다’(maintain)로 말했다. 이 밖에 전임자 유고로 부통령이었다가 대통령이 된 체스터 아서(1881년 취임)와 캘빈 쿨리지(1923년 취임)는 우선 연락받은 장소에서 취임선서를 한 뒤 워싱턴에 돌아와 ‘두번째 취임선서’를 한 바 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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