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공식업무 첫날]
힐러리 임명안 상원통과 등 의회 지원사격
파티는 끝났다. 21일 버락 오바마 미국 새 대통령은 본격적으로 업무를 시작했다.
아침 8시35분, 오바마는 집무실인 오벌오피스에 도착했다. “#43이 #44에게.” 조지 부시 제43대 대통령이 제44대 대통령 오바마에게 남긴 글이 담긴 봉투가 놓여 있었다. 오바마에게 행운을 기원하는 내용 등이 적힌 것으로만 알려졌다. 오바마는 10분 동안 혼자만의 시간을 가졌다.
람 이매뉴얼 비서실장은 8시45분께 집무실로 들어가 이날 일정을 상의했다. 오바마는 먼저 중동의 지도자 4명에게 전화를 걸어, 중동평화에 대한 자신의 의지를 밝히고 협력을 당부했다.
뒤이어 전통에 따라, 워싱턴대성당에 들러 1시간30분 동안 예배에 참석했다. 부인 미셸,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 부부,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부부도 함께했다. 오후 1시15분, 오바마는 백악관 참모진 임무 선서식을 연 뒤 윤리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어 백악관 개방행사 손님을 맞이하는 것도 오바마의 몫이었다. 오바마 부부는 200명의 일반 시민들을 안내하며, “이곳저곳 둘러보세요. 하나라도 깨뜨리면 안 돼요”라고 말했다.
이후 첫 국가안보회의는 백악관 상황실에서 개최됐다.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 제임스 존스 국가안보보좌관, 마이크 멀린 합창총장 등이 참석해 이라크 철수문제 등을 논의했다. 경제위기 대책회의도 열렸다. 오바마는 로런스 서머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 피터 오재그 백악관 예산실장, 멜로디 반스 백악관 국내정책위원장 등과 위기대응 방안을 상의했다.
오바마 행정부 출범을 의회도 지원했다. 이날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임명안은 상원 본회의를 통과했다. 임명안은 찬성 94표, 반대 2표의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남편 클린턴이 운영하는 재단이 외국에서 기부를 받은 게 문제가 돼 인준이 하루 늦춰졌지만, 힐러리는 여성으로서 미국 역대 세번째 국무장관의 임무를 수행하게 됐다. 세금 미납 문제로 논란이 일었던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 내정자는 이날 의회에서 “좀 더 주의했어야 했다”며 사과했다. 에릭 홀더 법무장관 지명자와 톰 대슐 보건장관 지명자 등도 의회의 인준을 기다리고 있다. 하원 세출위원회는 이날 오바마가 추진하는 8250억달러의 경기부양책 가운데 3580억달러의 정부 지출을 찬성 35표, 반대 22표로 승인했다.
이날 일부 참모진과 기자들의 출입증 등이 마련되지 않아, 오전 한때 백악관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등 어수선한 모습도 연출됐다. 오바마는 22일 관타나모 수용소를 폐쇄하기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경제위기 대처회의도 다시 열 예정이다.
미국과의 관계 변화가 예상되는 쿠바 최고 지도자들은 오바마를 잇따라 높게 평가했다. 병석의 피델 카스트로 쿠바 전 국가평의회의장은 취임식을 생중계로 지켜봤으며, “무척 진실해 보이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고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21일 면담 뒤 전했다. 라울 카스트로 현 국가평의회의장도 21일 오바마가 “좋은 사람 같다”고 평가했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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