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국무부 즉각 확인 안해
북핵 6자회담 미국 수석대표에 이어 오바마 행정부의 ‘북핵 특사’로 거론되던 크리스토퍼 힐(56·사진) 전 미국 국무부 차관보가 이라크 주재 미국 대사로 지명될 것이라고 <에이비시>(abc) 방송 등 미국 언론들이 2일 보도했다. 방송은 “힐 전 차관보가 다음달 은퇴할 예정인 라이언 크로커 이라크 대사 후임으로 임명될 것”이라는 정부 고위관료의 말을 전했다. 힐과 국무부는 즉각적인 확인을 하지 않았다. 다만 고든 더그위드 국무부 대변인은 “오바마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에게 이라크 정책은 최우선 순위 과제로 여겨지고 있으며, 지명에 관한 사안에 진전이 있으면 바로 공개할 것”이라고 <로이터> 통신에 말했다. 힐이 이라크 대사가 되면, 오바마 행정부의 핵심과제인 이라크 주둔 미군 철군과 이라크전 마무리 작업을 총지휘하게 된다. 워싱턴 정가는 힐을 뛰어난 협상가로 평가하고 있지만, 그의 이라크 대사 지명은 뜻밖의 일로 여겨지고 있다. 힐은 아랍어를 할 줄 모를 뿐더러, 주로 유럽과 동북아시아에서 외교 경력을 쌓았기 때문이다. 그는 폴란드와 마케도니아, 한국에서 대사를 지냈다. 또, 1990년대 중반 클린턴 행정부 시절, 리처드 홀브룩 전 유엔대사를 도와 데이턴평화협약으로 보스니아전쟁 종식을 이끌어 냈고, 부시 행정부에선 북한의 핵개발 중단 약속을 받아내 외교력을 과시했다. 힐은 북한 정권의 항복을 받아내려는 딕 체니 전 부통령 등 부시 행정부 내 매파에 맞서면서, 끈질기게 북한을 설득해 북한이 영변 핵시설 불능화에 동의하도록 이끌었다. 힐의 외교적 성과로 북한은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외됐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당선된 뒤 싱크탱크인 미국진보센터가 취임 100일 안에 북한에 특사를 파견할 것을 권고했을 때, 미국 언론들이 힐을 제1순위 후보로 꼽은 것도 이런 외교 경력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종종 협상 타결에 몰입하고, 언론에 너무 의존하려 한다는 비판도 받는다고 <워싱턴포스트>는 보도했다. 힐은 메인주의 보든대학을 졸업하고, 미해군대학(NWC)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1990년대 힐의 정신적 스승으로 최근 파키스탄·아프가니스탄 특사로 임명된 홀부룩 전 유엔대사는 힐을 “명민하고 두려움을 모르고 논쟁을 좋아하는 인물”로 묘사했다.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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