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2.10 14:22
수정 : 2009.02.10 14:22
정책 후순위 입증…경제위기 타개에 집중
핵확산 저지 강조하며 북한에 간접 메시지
9일 밤 미국 전역에 생방송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첫 공식 기자회견에서는 북한의 `ㅂ'자도 나오지 않았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 북한을 `악의 축', `폭정의 전초기지' 등으로 부르며 국정연설이나 회견에서 거의 빠짐없이 북한문제를 언급했던 것과 180도 달랐다.
오바마 정부에선 북핵.미사일 등 북한문제가 정책우선순위에서 멀찌감치 밀려나 있음이 입증된 셈이다.
최근 북한이 긴장을 조성하는 대남 강성발언을 잇따라 내뱉는 것은 물론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 대포동 2호 발사를 준비하는 등 `요란'을 떨며 오바마의 관심끌기를 시도했지만 전혀 `약발'이 먹히지 않은 듯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다만 이란의 핵개발 프로그램 움직임 등 핵확산 움직임에 대해 `터프하고 직접적인 외교'를 통한 문제해결을 강조, 북한에도 우회적으로 메시지를 보냈다.
1시간 동안 진행된 첫 공식 기자회견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당면 최대현안인 경제위기 타개에 역점을 뒀다.
오바마 대통령은 기자들의 질문을 받기 전 약 10분간 미리 준비한 연설을 통해 지난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는 미국의 경제실태를 실업률 등 구체적인 수치를 들어 설명하고 경기부양책 관련 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호소했다.
그는 공화당이 정부 재정지출 확대에 반대하며 감세를 주장하고 있는 데 대해 민간영역이 극도로 취약해진 점을 지적, 오직 연방정부만이 미국경제를 사로잡고 있는 `악(惡)의 사이클'을 끊을 수 있다며 재정지출확대를 역설했다.
그는 현재 마련중인 방안이 `완벽하지 않다'고 인정하면서도 경기부양책을 통해 시급히 4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임을 강조하며 오는 16일까지 경기부양책 관련법안이 의회를 통과, 서명을 위해 자신의 책상 위에 제출되기를 희망했다.
이어 오바마 대통령은 10여 명의 기자로부터 질문을 받았으나 4개 질문을 빼고는 대부분 작금의 경제위기와 관련된 질문들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핵개발 프로그램을 강행하고 있는 이란문제에 대해선 분명한 자기색깔을 내며 전임 부시 행정부의 정책과 차별화했다.
그는 이란핵문제 해결을 위해 모든 수단을 강구할 것임을 천명하면서 무엇보다도 이란과의 `직접 외교', `건설적인 대화'를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수개월 내에 이란과 얼굴을 맞대고 협상테이블에 마주앉아 협상을 시작할 수 있는 돌파구를 찾고 있다"면서 "이것이 새로운 방향으로 우리 정책을 이끄는 외교활동의 서곡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이란의 핵프로그램 추진이 중동지역을 뒤흔들고 무기경쟁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하며 미국과 러시아가 핵확산을 막기 위한 방법을 협력해야 한다며 핵확산 방지 의지를 역설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북한 핵프로그램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 같은 대(對)이란 정책은 북한에 대한 간접 메시지로도 해석된다.
다만 오바마 대통령이 북한을 직접 언급하지 않은 것은 북한문제가 정책우선순위에서 밀려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벼랑끝 전술'을 통해 미국으로부터 더 많은 지원과 양보를 끌어내려는 북한의 전략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포석으로도 분석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테러와의 전쟁'과 관련, 이라크에서 눈길을 돌려 아프가니스탄에서 알카에다와 탈레반 축출에 집중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최근 평화적으로 실시된 이라크 선거 등을 언급하며 이라크에서의 사태진전을 평가한 뒤 "그러나 우리는 아프간에서는 아직 이런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프간에서 테러와의 전쟁을 승리로 이끌기 위한 요건으로 군사적.외교적 노력과 개발지원 노력, 동맹국들과의 효과적인 조율 등을 강조했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은 "얼마나 걸릴지 일정표를 갖고 있지 않지만 알카에다와 오사마 빈 라덴이 미국을 공격한 데 대한 책임을 지지 않은 채 활동하도록 내버려두지는 않을 것"이라며 대가를 치르도록 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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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대통령 첫 공식 기자회견 문답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9일(현지 시간) 오후 백악관에서 취임 후 처음으로 방송 프라임 타임에 공식적으로 한 기자회견에서 "미국인들에게 가장 시급한 현안인 400만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해 경기 부양법안은 조속히 시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경제적 위기를 해결하는 일이 미 정부만의 몫은 결코 아니지만 기업과 가계가 너무 위축돼 있는 상황에서 위기를 헤치고 경제를 되살릴 수 있는 유일한 주체는 미 연방 정부"라며 "소비 시장의 침체와 대량 해고 사태의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백악관 출입 기자단과 오바마 대통령과의 일문일답 요약.
-- 대통령이 경제 상황을 너무 비관적으로 보는 건 아닌가.
▲ 많은 경제 전문가들이 똑같은 입장이다. 내가 말한 건 이런 악순환을 그대로 방치하고 위기 상황에 대한 즉각적인 행동에 나서지 못할 경우 우리가 점점 더 위기에서 빠져나가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우리는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8천억 달러라는 경기부양 자금을 마련하려는 것은 이같은 상황 인식 때문이다.
물론 경기 부양 만이 유일한 정책은 아니다. 신용 및 소비 시장을 회복해야 하고 금융시스템의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 재무부가 금융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지금 감독 및 감시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 이라크전 향후 전략에 대해 설명해 달라.
▲ 대선 유세 과정에서 언급했듯이 이란은 특별한 역사와 전통, 국민들을 가진 나라다. 항구적인 평화와 안보를 보장하는데 그간의 정책이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 정책 문제에 관한한 외교적 해결책을 무시해선 안된다. 우리는 외교적 해결책을 포함해 모든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우리 국가안보팀이 이라크 전략에 대해 정밀 검토작업을 벌이고 있다.
-- 경기부양 법안 통과를 위해 초당적 합의가 가능할 것 같나.
▲ 그동안 공화당 의원들과 수차례 접촉해 왔고 각료 인선에서 공화당 인맥을 등용했다. 경기부양법안과 관련해 민주당과 공화당 간 격차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고 이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다만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법안을 통과시키는 일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법안 통과를 위해선 민주당의 표가 필요하다.
-- 경기부양책이 제대로 작동하는 것인지 아닌지 어떻게 알수 있나. 경기부양이 과소비로 연결되면 문제가 되지 않나. 경기부양 자금을 받게 되면 국민들이 돈을 써야하는 건가, 저축해야 하는 건가.
▲ 경기부양이 과소비로 연결되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시각이 정확한 진단이라고 보진 않는다. 애초에 문제가 된 건 금융시스템이다. 부실 자산에 돈을 쏟아붓고 과도한 위험을 유발했다.
경기부양책에서 이미 언급된 대로 400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되는지 안되는지 보면 정책이 제대로 작동되는지 여부를 알수 있다. 경기부양 자금의 사용처를 소비와 저축 부문 중 하나만으로 언급하는 건 곤란하다. 지금 미국인들의 저축율이 매우 저하돼 있기도 하다.
== 10일(현지시간) 발표될 금융기관에 대한 부실자산구제계획(TARP)을 설명해 줄 수 있나.
▲ 금융시스템이 정상 작동될 수 있도록 하는 일이 우선 과제로 돼 있다. 은행들의 부실한 재무제표를 정상으로 되돌려놔야 한다. 백악관 보좌관들과 재무부가 구체적인 방안을 만들고 있지만 이 자리에서 재무장관이 할 일을 선점하는 건 피하고 싶다.(구체적인 언급을 피함)
== 알렉스 로드리게스가 텍사스레인저스 시절 스테로이드를 복용한 사실을 시인했는데.
▲ 우울한 소식이다. 메이저리그 전체가 이번 일로 명예에 상처를 입었다. 스테로이드 복용과 무관한 많은 선수들이 여전히 남아 있다. 내가 걱정하는 건 우리 어린 후세들에게 이번 일이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메이저리그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금 노력하는 중이어서 희망이 있다.
== 이라크에서 전사한 미군들의 시신을 담은 관을 언론에 공개할 용의가 있나.
▲ 오늘도 이라크에서 미군 병사 4명이 숨졌다. 조지 부시 전임 행정부에서 입안된 정책들에 대해선 재검토 작업이 진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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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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