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2.17 21:04
수정 : 2009.02.17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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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정부 위에 마약조직’…국가존립 위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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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경찰 등 5300명 피살
정부단속에도 영역다툼 격화
5300명. 지난해 멕시코에서 마약 관련 살인사건으로 숨진 숫자다. 마약 카르텔의 폭력이 활개치면서 멕시코는 ‘실패한 국가’로까지 평가받는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다.
15일에도 멕시코-미국 국경 시우다드 후아레스에서 15명이 살해됐다. 이날 남부 타바스코주 비야에르모사에서도 경찰과 가족 등 12명이 암살됐다. 올 들어, 시우다드 후아레스에서만 250명이 마약관련 범죄로 살해됐다. 멕시코 전체에선 2006년 약 2천명, 2007년 약 2500명이 마약과 관련돼 살해됐다.
미국 합동참모본부는 지난 1월 멕시코를 파키스탄과 함께 “갑작스런 붕괴 우려가 있는 2개의 주요국가”로 지목했다. 멕시코 마약 조직은 갈수록 대담해지고 있다. 경찰, 정치인, 기자 등의 목을 잘라 살해하고 있다. 시우다드 후아레스 남쪽 130㎞에 위치한 비야 아후마다에서는 경찰서장 두명이 잇따라 암살되자, 경찰관 20명이 두려워 사표를 냈고 결국 군대가 진주했다. 지난해에만 경찰 530명이 살해됐고, ‘쁠라따 오 쁠로모’ 즉 ‘뇌물이냐, 죽음이냐’의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마약조직은 한해 약 150억~350억달러로 추정되는 마약대금으로 중무장하고 있다. 지난 11월 한 마약조직 거점에서 소총 150정, 탄약 50만발, 수류탄 165개가 적발됐다. 멕시코 일간 <엘우니베르살>은 13일 데니스 블레어 미국 국가정보국장의 발언을 인용해, “마약조직이 멕시코 정부에 일부 지역 자치를 요구했다”고 전했다.
펠리페 칼데론 멕시코 대통령은 2006년 12월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군인 3만5천명을 배치했지만, 걸프·시나롤라·티화나·후아레스 등 4대 마약 카르텔의 영역 다툼은 더 격화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올해 마약단속 지원금을 4억달러로 10배나 늘렸지만, 최대 마약 소비국 미국의 수요가 있는 한 공급을 단속하는 데 한계가 있다. 미국에서 소비되는 코카인의 약 90%, 전체 마약의 60%가 멕시코를 통해 밀수입되고 있다.
멕시코 정부는 약 40만명이 마약 밀매에 직간접 연루됐다고 보고 있다. <에이피>(AP) 통신은 검찰의 마약 단속을 지휘했던 노에 라미레스가 단속 정보를 마약 조직에 제공하고 45만달러를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고 15일 보도했다. 에르네스토 세디요 전 멕시코 대통령 등은 최근 보고서를 내, 단속 일변도의 강경책이 아니라 마리화나 등의 합법화가 해법이라고 지적했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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