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2.23 10:57
수정 : 2009.02.23 10:57
“국가간 자금회수·보호무역 자제해야”
로버트 루빈 전 미국 재무장관은 23일 "한국은 10년 전에는 외화보유액을 비롯해 모든 부문이 불투명했는데 지금은 투명성이 많이 보완됐다"며 "적어도 1997년에 겪었던 수준의 위기를 다시 겪을 가능성은 작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적 정책 공조를 통해 위기 국면에서 `제 살 깎기' 식의 국가 간 자금회수나 보호무역주의를 억제해야 한다"며 "이런 국제적 노력에 한국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루빈 전 장관은 이날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대통령직속 미래기획위원회와 경제인문사회연구회 공동 주최로 열린 `글로벌 코리아 2009' 학술대회 기조강연에서 "재무장관으로 재직할 때 기억을 더듬어보면 한국은 1997년 위기를 훌륭히 극복했고, 그 당시와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미 통화스와프 한도의 확대 가능성에 대해서는 "현재 300억 달러인 한도를 `무제한'으로 하자는 것은 굉장히 높은 수준의 결정"이라며 "미 경제팀이 적절한 선택을 할 것"이라고 즉답을 피했다.
그는 금융위기 재발 우려와 관련 "미 정부가 허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표명했기 때문에 미국에서 `뱅크런(예금인출 사태)'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며 "은행을 국유화한다면 정치적인 영향력이 의사결정에 미치지 않도록 확실한 차단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루빈 전 장관은 한국과 미국은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에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위기 극복을 위한 협의체제로는 G-20(주요 20개국)이 가장 유용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기존의 국제 협의체제는 국제경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일부 국가의 역할을 축소하고 아시아권의 목소리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국제기구를 개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단기적으로는 수요 진작과 신용경색 해소가 필요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정책기조를 정상화하고 자본 적정성 등 금융규제를 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의 위기극복 정책은 단기 수요 진작, 실물부문 자금 공급, 주택담보대출 처리 등으로 한국에도 시사점이 있는 사안"이라며 "한국의 경우 과도한 원화가치 하락, 신용경색 등의 부작용 없이 선제적으로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위기 이후 미국 소비자들이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리는 추세에 따라 중국이나 일본, 독일 등 저축률이 높은 무역수지 흑자국들은 민간소비 등 내수 위주의 성장과 유연한 환율 정책을 채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재정 건전성을 회복하고 유동성 공급을 축소함으로써 위기극복 과정에서 밟았던 비상조치들을 정상화하고 인플레이션과 같은 부작용을 방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준서 기자
jun@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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