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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캐리커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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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연설서 ‘큰 정부 예산안’ 강력 옹호
부유층 증세 저항에 “결연히 맞서 싸울것”
“국민들이 대선에서 요구한 전면적 변화의 시작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각) 주례 라디오 연설에서, 앞서 26일 ‘부유층 증세와 저소득층 지원’을 뼈대로 발표한 예산안을 이렇게 옹호했다.
그는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이후 지난 30년 동안 미국을 지배했던 보수적 정책기조를 혁신해, 미국을 뜯어고치겠다는 결연한 변화의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지금까지 해온 대로 똑같이 반복하거나, 조금씩 몇발짝 나아가려는 게 아니다”라며 “(기득권 세력이) 저항할 태세를 갖추듯, 나도 맞서 싸울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1930년대 대공황 당시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뉴딜정책’, 1960년대 린든 존슨 대통령의 ‘위대한 사회’의 맥을 잇는 근본적 변화를 예고한 것이다. 지난 30년 동안 미국을 지배했던 ‘부유층 감세’와 ‘작은 정부’ 정책은 오바마의 새 예산안에서 부의 재분배를 겨냥한 ‘부유층 증세’와 ‘큰 정부’로 바뀌었다. <뉴욕 타임스>는 1일 “오바마는 정치적 자원과 경제위기의 긴급상황이라는 다시 올 수 없는 ‘기회’를 활용해 대담한 모험을 벌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큰 변화의 약속을 실현하기 위해 오바마가 꺼낸 칼은 정면승부다. 8천억달러 경기부양책의 의회 승인 과정에서 화합정치의 한계를 절감한 뒤, 그는 예산안을 ‘계급전쟁’으로 몰아붙이는 공화당 및 기득권 세력과의 결별을 선택했다. 오바마는 이날 주례연설에서 “지금까지 힘 있는 이익집단을 위한 시스템이 워싱턴을 너무 오랫동안 운영해 왔다”며 “나는 미국 국민들을 위해 일한다”고 선언했다. 정치전문 <폴리티코>는 “오바마는 초당파적 정치라는 취임 초반 화합 기조에서 벗어나 대결 준비를 갖췄다”고 평가했다.
오바마는 대신 자신에게 압도적 표를 몰아준 국민, 특히 중산층을 선택했다. 민주당의 전통적 기반인 중산층은 실업과 동시에 의료보험 혜택까지 잃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중산층이 새 예산안의 최대 수혜자다. 때마침 무브온, 미국진보센터(CAP) 등 진보진영도 의료보험 확대 등 오바마의 진보적 정책에 힘을 모아주기 위해 뭉치고 있다.
공화당은 ‘사회주의’라고 몰아붙이는, 낡은 이념의 칼을 다시 꺼내들었다. “레닌과 스탈린이 좋아할 내용”(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주 주지사), “세계 최고 사회주의 세일즈맨의 연설”(짐 더민트 상원의원), “유럽식 정부”(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주 주지사) 등의 비판을 쏟아내며 대결을 선언했다.
오바마의 예산안이 그대로 의회를 통과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상원 58석의 민주당이 법안 의결에 필요한 2석을 추가로 확보하기 어렵고, 지난해 4/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6.2%를 기록한 경제 상황도 발목을 잡고 있다. 스콧 릴리 미국진보센터 선임연구원은 “지독한 전쟁이 벌어질 것”이라며 “하지만 오바마가 요청한 전부를 얻을 수는 없어도 상당 부분은 따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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