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3.03 21:13
수정 : 2009.03.03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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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라울의 내각’으로 대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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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델 카스트로 측근 경질…“형 그늘벗기” 평가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취임 뒤 최대 규모의 고위급 정부 인사를 2일 단행했다. 지난달로 국가 최고지도자에 취임한 지 1년을 맞은 라울이 형 피델 카스트로의 ‘그늘 벗기’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각료급 10명에 대해 단행된 라울의 이날 인사에서는, 카를로스 라헤(57) 내각장관과 펠리페 페레스 로케(43) 외무장관이 물러나 눈길을 끌었다. 피델의 측근들인 두 사람은 종종 차기 최고 지도자로 거론돼 왔다.
소련 붕괴 뒤 경제위기 극복을 이끈 라헤는 호세 아마도 리카르도 게라 장군으로 교체됐다. 게라는 국방장관 출신인 라울을 수십년 보좌한 측근이다. 라헤는 국가평의회 부의장 자리는 유지했지만, 총리격인 내각장관에서 물러나 영향력은 크게 줄었다. 10년 만에 외무장관에서 물러나는 로케는 피델의 개인비서 출신으로, 피델의 ‘오른팔’로 불렸다. 후임은 브루노 로드리게스 아프릴야 외무차관이다. 라울의 또다른 측근인 호메로 아코스타 알바레스는 피델의 측근 호세 미겔 미야르 바루에코스를 밀어내고 국가평의회 부의장 5명 가운데 한 명에 올랐다.
이 밖에 경제·재무·노동장관 등 8명이 물러났고, 네 부처가 둘로 통합됐다. 쿠바 관영텔레비전은 “중앙정부 조직의 규모를 줄이고 기능을 분산해, 좀더 내실 있고 효율성 높은 조직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라울은 취임 연설 때부터 관료조직 혁신 등을 수차례 강조해왔다.
<시엔엔>(CNN) 방송 등은 라울이 30~40년 만의 최대 규모 개각을 통해, 형 피델의 인맥을 퇴진시키며 독립적 권력기반을 마련했다고 분석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끄는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염두에 둔 포석이냐에 대해서는 해석이 엇갈렸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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