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1월중순 상원 외교위원회의 인준청문회에 제출한 서면 답변자료에서 "오바마 당선인은 부시 행정부가 협상했던 한.미FTA를 반대했고 지금도 계속 반대 입장"이라면서 "서비스와 기술 분야 등 일부 유리한 내용이 있지만 자동차 등의 분야에서는 공정한 무역조건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으며 쇠고기 수출에서도 우려할 점이 있다"고 밝혀 재협상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클린턴 장관은 그러나 지난달 한국방문에서는 "이 협정이 양국 관계의 발전에 기여한다는데 인식을 같이 하고 함께 진전시켜나간다"는 원론적인 입장 표명에 그쳤다. 이러한 발언 수위의 편차는 의회 인준청문회 출석이라는 성격과 교역 상대국 방문이라는 특성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따라서 커크 지명자의 이번 발언도 의회 다수당인 민주당의 입장에 적극적으로 보조를 맞추려는 뜻이 담긴 것으로 볼 수 있다. 사실 커크 지명자의 발언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민주당 지도부의 FTA에 대한 입장과 오바마의 대선 유세중 발언과 정확히 일치하며 내용상 새롭게 드러난 것은 찾아보기 어렵다. 따라서 전임 정부가 체결한 한.미FTA를 현 단계에서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은 조지 부시 전 행정부가 벌여놓은 통상현안과 유산들을 비판해온 민주당과 오바마 행정부의 입장을 재확인하고 미국의 국익과 거리가 멀고 환경.노동 기준이 미흡한 부분들에 대해서는 재검토해보겠다는 점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게 워싱턴의 통상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특히 미국 경제가 대공황 이후 최장기 경기침체로 빠져들면서 고용시장이 극도로 악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통상문제에 관해 정치적으로 강도높은 발언을 해야 할 필요성도 함께 맞물린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인준청문회를 통해 의회 다수당과 고용불안을 느끼는 경제주체들을 의식한 발언이라고 하더라도 USTR를 이끌어갈 각료 지명자가 한.미FTA를 직접 겨냥해 `수용불가'라고 표현한 것은 한국에 대해서도 재협상 또는 추가협상 등을 강하게 압박하는 효과를 함께 노린 것으로 봐야한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shpark@yna.co.kr 박상현 특파원 shpark@yna.co.kr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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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크 “한·미FTA 수용불가”…재협상 공식화 하나 |
론 커크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지명자가 9일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현 상태에서는 수용할 수 없다"고 밝힌 것은 최근들어 한.미FTA의 재협상을 시사하는 미국 정부 당국자들의 발언 가운데는 가장 수위가 높은 것이다.
특히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통상정책을 담당할 각료의 입에서 "전임 정부가 체결한 한.미FTA 내용이 공정하지 않다"며 수용 불가입장을 밝혔다는 점에서 오바마 정부가 재협상 원칙을 사실상 공식화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그러나 커크 지명자는 새로운 협정의 체결을 추구하려는 것이 아니며, 기존 협정에서 미국 측 시각에 맞춰 `룰'을 강화하는 쪽에 역점을 두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또 한.미 FTA의 내용이 공정하지 않고 현상태로는 수용할 수 없다는 커크 지명자의 발언이 기존의 오바마 정부 내에서 흘러나온 한.미 FTA에 관한 언급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위가 높은 것이기는 하지만, 커크 지명자가 직접 `재협상'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은 점도 주목된다.
그의 발언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renegotiation(재협상)' 이나 `amendment(개정)' 등에 관한 표현은 찾아 볼 수 없으며 협정문의 원안 수정을 시사하는 표현인 `open the agreement'라는 말도 피했다.
따라서 커크 지명자의 발언을 놓고 오바마 행정부가 곧 한.미FTA의 재협상을 공식화했다고 단정적으로 간주하는 것은 약간 성급한 측면이 없지 않아 보인다.
특히 커크 지명자가 한.미FTA를 비롯해 파나마.콜롬비아 등과 체결한 FTA, 도하라운드 협상 등을 진전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추진원칙인 `벤치마크'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힌 것은 이달 초 공개된 USTR의 `오바마 정부의 무역정책 어젠다 및 2008 연례보고서'의 내용과 비교해 새로울 것이 없는 발언이다.
이 때문에 커크 지명자가 인준청문회에서 한.미 FTA를 특정해 "공정하지 않으며, 현 단계에서는 수용할 수 없다"고 한 발언이 인준청문회라는 특수한 상황을 염두에 둔 정치적 수사법에 가깝다는 해석도 낳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1월중순 상원 외교위원회의 인준청문회에 제출한 서면 답변자료에서 "오바마 당선인은 부시 행정부가 협상했던 한.미FTA를 반대했고 지금도 계속 반대 입장"이라면서 "서비스와 기술 분야 등 일부 유리한 내용이 있지만 자동차 등의 분야에서는 공정한 무역조건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으며 쇠고기 수출에서도 우려할 점이 있다"고 밝혀 재협상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클린턴 장관은 그러나 지난달 한국방문에서는 "이 협정이 양국 관계의 발전에 기여한다는데 인식을 같이 하고 함께 진전시켜나간다"는 원론적인 입장 표명에 그쳤다. 이러한 발언 수위의 편차는 의회 인준청문회 출석이라는 성격과 교역 상대국 방문이라는 특성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따라서 커크 지명자의 이번 발언도 의회 다수당인 민주당의 입장에 적극적으로 보조를 맞추려는 뜻이 담긴 것으로 볼 수 있다. 사실 커크 지명자의 발언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민주당 지도부의 FTA에 대한 입장과 오바마의 대선 유세중 발언과 정확히 일치하며 내용상 새롭게 드러난 것은 찾아보기 어렵다. 따라서 전임 정부가 체결한 한.미FTA를 현 단계에서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은 조지 부시 전 행정부가 벌여놓은 통상현안과 유산들을 비판해온 민주당과 오바마 행정부의 입장을 재확인하고 미국의 국익과 거리가 멀고 환경.노동 기준이 미흡한 부분들에 대해서는 재검토해보겠다는 점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게 워싱턴의 통상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특히 미국 경제가 대공황 이후 최장기 경기침체로 빠져들면서 고용시장이 극도로 악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통상문제에 관해 정치적으로 강도높은 발언을 해야 할 필요성도 함께 맞물린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인준청문회를 통해 의회 다수당과 고용불안을 느끼는 경제주체들을 의식한 발언이라고 하더라도 USTR를 이끌어갈 각료 지명자가 한.미FTA를 직접 겨냥해 `수용불가'라고 표현한 것은 한국에 대해서도 재협상 또는 추가협상 등을 강하게 압박하는 효과를 함께 노린 것으로 봐야한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shpark@yna.co.kr 박상현 특파원 shpark@yna.co.kr (워싱턴=연합뉴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1월중순 상원 외교위원회의 인준청문회에 제출한 서면 답변자료에서 "오바마 당선인은 부시 행정부가 협상했던 한.미FTA를 반대했고 지금도 계속 반대 입장"이라면서 "서비스와 기술 분야 등 일부 유리한 내용이 있지만 자동차 등의 분야에서는 공정한 무역조건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으며 쇠고기 수출에서도 우려할 점이 있다"고 밝혀 재협상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클린턴 장관은 그러나 지난달 한국방문에서는 "이 협정이 양국 관계의 발전에 기여한다는데 인식을 같이 하고 함께 진전시켜나간다"는 원론적인 입장 표명에 그쳤다. 이러한 발언 수위의 편차는 의회 인준청문회 출석이라는 성격과 교역 상대국 방문이라는 특성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따라서 커크 지명자의 이번 발언도 의회 다수당인 민주당의 입장에 적극적으로 보조를 맞추려는 뜻이 담긴 것으로 볼 수 있다. 사실 커크 지명자의 발언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민주당 지도부의 FTA에 대한 입장과 오바마의 대선 유세중 발언과 정확히 일치하며 내용상 새롭게 드러난 것은 찾아보기 어렵다. 따라서 전임 정부가 체결한 한.미FTA를 현 단계에서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은 조지 부시 전 행정부가 벌여놓은 통상현안과 유산들을 비판해온 민주당과 오바마 행정부의 입장을 재확인하고 미국의 국익과 거리가 멀고 환경.노동 기준이 미흡한 부분들에 대해서는 재검토해보겠다는 점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게 워싱턴의 통상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특히 미국 경제가 대공황 이후 최장기 경기침체로 빠져들면서 고용시장이 극도로 악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통상문제에 관해 정치적으로 강도높은 발언을 해야 할 필요성도 함께 맞물린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인준청문회를 통해 의회 다수당과 고용불안을 느끼는 경제주체들을 의식한 발언이라고 하더라도 USTR를 이끌어갈 각료 지명자가 한.미FTA를 직접 겨냥해 `수용불가'라고 표현한 것은 한국에 대해서도 재협상 또는 추가협상 등을 강하게 압박하는 효과를 함께 노린 것으로 봐야한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shpark@yna.co.kr 박상현 특파원 shpark@yna.co.kr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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