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3.16 20:21
수정 : 2009.03.16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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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살바도르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된 마우리시오 푸네스(49·왼쪽) 파라분도 마르티 해방전선(FMLN) 후보가 15일 수도 산살바도르에서의 승리 연설 도중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오른쪽은 부인 반다 피그나토. 산살바도르/A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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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전선’ FMLN 대선승리…20년만에 좌파정권
푸네스 “룰라가 나의 모델…대미관계 원만히”
엘살바도르에 20년 만에 좌파정권이 돌아왔다.
공산주의 게릴라 조직에 뿌리를 둔 파라분도 마르티 해방전선(FMLN·해방전선)의 마우리시오 푸네스(49) 후보가 15일 실시된 엘살바도르 대통령 선거에서 약 51%의 지지를 얻어 승리했다고 <에이피>(AP) 등 외신들이 전했다. 엘살바도르는 브라질, 쿠바, 베네수엘라, 니카라과, 에콰도르, 볼리비아 등에 이어 중남미 좌파정권 벨트에 끼어들었다. 특히 니카라과에 이어 중미·카리브해 지역에도 본격적으로 좌파 물결이 확산됐다는 의미가 크다.
엘살바도르 최고선거재판소는 개표 작업이 90% 이상 진행됐다고 밝혔다. 푸네스는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날”이라며 “내가 대통령이다”라고 승리를 선언했다. 약 48% 표를 얻는 데 그친 여당 민족공화동맹(ARENA)의 로드리고 아벨라 후보도 패배를 인정했다. 민족공화동맹은 1989년 이후 처음으로 정권을 내줬다. 엘살바도르 유권자는 약 420만명이다.
애초 해방전선은 1980년부터 12년 동안 정부군과 내전을 벌인 게릴라조직이었다. 이 내전으로 엘사바도르인 7만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1992년 유엔 중재로 정부와 정전협정을 맺은 해방전선은 합법정당화했다. ‘파라분도 마르티’는 1932년 소작농을 이끌고 투쟁하다 암살된 공산주의자의 이름이다.
해방전선의 대선 승리는 비교적 온건 성향의 푸네스를 후보로 내세워 중도 유권층의 표심을 잡은 덕분인 것으로 분석된다. 방송기자 출신인 푸네스는 평소 “룰라 브라질 대통령이 나의 모델이며, 미국과의 관계도 계속 굳건할 것”이라고 말해, 베네수엘라나 쿠바의 사회주의 모델과는 거리를 뒀다. 당선 직후에는 “(내전 당시 피를 흘리며 싸웠던 앙숙인) 민족공화동맹과 협력하겠다”며 화합을 강조했다.
푸네스가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는 쌓여 있다. 게릴라 투쟁 경험이 없는 푸네스는 당내 정치 기반이 약하다. 러닝메이트였던 살바도르 산체스가 정권의 실세로 떠오르고, 푸네스는 ‘얼굴 마담’으로 전락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만약 푸네스가 당내 주도권 다툼에서 밀려나면, 게릴라 전사 출신의 산체스가 급진 사회주의 개혁을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빈곤은 푸네스가 당선될 수 있는 기반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짐이다. 엘살바도르 인구 절반이 빈곤층이며, 인구 4분의 1가량인 250만명이 미국에서 일을 하고 돈을 번다. 이들이 가족에게 해마다 보내는 수십억달러가 국내총생산(GDP)의 5분의 1가량을 차지한다. 1999년 이래 경제성장률은 평균 3%에도 못 미쳤고 범죄율도 높다. 푸네스는 선거기간 부패 청산, 탈세 방지, 일자리 창출 등을 약속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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