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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3.17 07:52 수정 : 2009.03.17 07:52

오바마 `국민 분노'와 `월가 회생' 사이서 고심
의회도 몸사려..구제금융 문제 갈수록 태산

"월가의 부도덕성에 대한 미국인들의 분노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경제 회생 구상을 복잡하게 만들 수도 있다."

수천억달러의 국민 혈세가 투입되고 있는 초대형 금융기관들에서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거액 보너스 지급 파문 등 `그들만의 돈 잔치'가 여론의 호된 비판에 직면하면서 정부의 추가 구제금융 계획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금융기관에 대한 포퓰리스트적 비판이 추가 구제금융계획을 어렵게 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오바마 행정부내에서 확산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16일 보도하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보험회사 아메리칸 인터내셔널 그룹(AIG)이 천문학적 지원금을 받고도 간부들에게 거액의 보너스를 지급키로 한 것과 관련해 "모든 법적 수단을 통해 보너스 지급을 막도록 했다"며 분노를 표출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런 모습은 월가의 무책임함에 대해 대통령 스스로도 화가 났지만 이에 대한 여론의 비난이 워낙 비등하고 있는 점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아도 구제금융에 대한 미국민들의 반응은 매우 부정적이다.


퓨리서치센터가 이날 내놓은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87%에 달하는 대다수 미국인이 구제금융을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48%는 말 그대로 화가 난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한 36%는 납세자의 돈으로 은행을 지원하는 것이 올바른 생각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화가 난다고 응답했다.

구제금융에 대한 여론의 이런 부정적인 입장은 백악관은 물론 민주.공화당을 모두 곤란한 입장에 놓이게 하고 있다.

오바마의 핵심측근중 한 명인 데이비드 액슬로드 백악관 선임보좌관은 "앞으로 처리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는데 우리를 이 지경으로 이끈 무책임성에 대한 분노가 들끓고 있어 대처하기가 힘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고 NYT는 전했다..

정부로부터 1천800억달러의 공적자금을 받은 보험회사 아메리칸 인터내셔널 그룹(AIG)이 직원들에게 거액의 보너스를 지급키로 한 것이나, 메릴린치 등 월가 은행들의 거액 보너스 지급, 파산에 직면한 자동차 회사 대표의 회사 전용기 사용 등이 공분을 자아내고 있는 대표적 예다.

미국 정부 입장에서는 금융시스템의 정상적 가동을 위해 구제 계획을 중단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혈세를 헛되게 낭비하고 있다'는 국민적 분노가 확산되면 미 의회와 백악관은 선택의 폭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

특히 백악관이 구상하고 있는 각종 구제금융계획은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선출직 의원들로 구성된 의회가 여론의 눈치를 살피게 되면 승인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백악관이 금융기관들을 두둔할 수도 없는 일이다. 만일 그렇게 할 경우, 분노의 화살은 월가를 떠나 오바마 대통령을 향할 것이기 때문이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인 래리 서머스가 AIG 보너스 지급 문제와 관련해 15일 ABC방송에 출연, "얼토당토않은 행위"라며 "지난 18개월간 미국에서 많은 끔찍한 일들이 벌어졌지만 AIG에서 벌어진 일은 가장 터무니없는 일"이라고 비난한 것은 국민적 공분을 자아내는 남용 사태와 일정 정도 거리를 두겠다는 포석으로 읽힌다.

민주당과 공화당의 의원들도 입장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유권자들의 여론을 무시하는 실수를 자칫 했다가는 의원 개인의 낙마는 물론 당 자체가 추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켓워치는 이런 상황을 두고 의원들이 요즘 '고양이들의 모임에 나온 쥐'처럼 잔뜩 겁먹은 행동을 하고 있다면서 구제금융에 대한 여론의 분노가 언제 자신의 머리 위에 떨어질지 모르는 그리스 신화의 '데머클리즈의 칼'이 되고 있다고 표현했다.

즉 구제금융 문제가 정치인들을 살얼음판을 걷게 하고 있는 것이다.

의원들은 이에 따라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이나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의회 청문회에 경기위기를 설명하기 위해 출석할 때마다 이들을 질타하면서도 이들에게 현재의 문제를 명확하고 단순하게 유권자들에게 말해달라고 요청하고도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의회가 구제금융에 대한 여론의 비난 때문에 월가를 추가 지원하는데 나서지 않을 경우 이것이 금융위기를 더 오래 지속시킬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

연방준비은행에서 일했던 금융 전문가인 빈센트 라인하트는 마켓워치에 "정치인들이 구제금융의 명칭을 인질의 '몸값'(ransom)으로 바꿔 불러야 한다"며 금융부문이 미국 경제를 볼모로 잡고 있기 때문에 이들을 지원해야 한다는 점을 국민에게 보다 쉽게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악관도 금융위기를 해결해야 한다는 점에는 확고한 입장이다.

엑슬로드 선임보좌관은 "대통령의 입장은 분명하다. 국민이 분노하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지만, 우리는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것"이라면서 "우리는 크레디트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기능하게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으며, 오바마 대통령은 이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NYT는 전했다.

(뉴욕=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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