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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4.03 19:36 수정 : 2009.04.03 19:36

‘경제위기 책임’ 미 대통령 발언권 위축
자국 실수 인정등 부시와 다른 이미지

국제외교 무대에 데뷔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스타였다. 그러나 그가 받아든 성적표에 A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뉴욕타임스>는 2일 “오바마의 스타성이 들쭉날쭉한 결과를 얻었다”고 낮게 평가했고, <에이피>(AP) 통신은 “일부 뒷걸음질이 있었지만, 잘된 정상회의”라며 그래도 후한 점수를 줬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오바마가 프랑스와 독일 등 유럽 동맹국보다는 과거 냉전시대의 적국인 러시아와 중국과의 정상회담에서 성과를 거뒀다”고 평했다. 정치 전문지 <폴리티코>는 “오바마의 스타성이 런던에서 빛을 발했다”며 외교적 성과보다는 그에게 쏠린 관심에 주목했다. 이런 ‘엇갈린’ 성적표는 그가 처음 서게 된 이번 정상회의의 성격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세계 경제위기의 해법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어서, 위기의 책임을 져야 할 미국 대통령의 발언권이 제한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일단 이번 정상회의를 통해 미국의 정책을 강요하는 ‘조지 부시식’ 일방주의 외교에서 벗어났다. 국제사회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미국의 실수도 인정할 줄 아는 새로운 미국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심는 데는 성공했다. 그는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홍콩과 마카오를 포함한 세금도피처에 대한 규제를 놓고 첨예하게 설전을 주고받자, ‘변호사’ 솜씨를 살려 회의장 한쪽으로 두 정상을 불러모아 타협안을 이끌어내는 중재자 모습도 보여줬다. 각국 정상들은 회의 뒤 오바마 대통령의 겸손, 치열함, 진실성, 열린 자세 등을 입을 모아 칭찬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오바마가 전임자와는 “전혀 다르다”면서 “대화하기도 쉽고 남의 말을 경청할 줄 안다”고 호평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 자신은 이번 정상회의가 “글로벌 경제 회복을 추구하는 데 있어서 역사적 전환점”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만병통치약은 아니다”라며 조금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프랑스와 독일이 주장한 강력한 금융규제 장치를 조금 후퇴시킨 반면, 미국이 희망했던 세계적인 대규모 경기부양책 마련에는 실패했다.

그도 이번 회의를 큰 부담으로 느낀 것으로 보인다. 2일 기자회견에서는 특유의 달변으로 회견장을 가득 메운 각국 기자들의 우레같은 박수를 받았지만, 11시간이나 계속된 정상회의와 줄지은 개별 정상회담 등 빡빡한 일정 탓에 “일주일째 감기와 싸우고 있다”며 재채기와 기침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 언론들은 이번 정상회의에서 미국과 오바마 대통령이 거둔 성과의 한계는 그의 지친 모습과 표정에서 충분히 가늠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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