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4.12 19:52
수정 : 2009.04.12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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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이 10일 라파스의 대통령궁에서 단식투쟁을 벌이고 있다. 라파스/신화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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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에 새 선거법 통과 촉구…농민 등 1천명 동참
대통령이 나흘째 단식투쟁을 벌이고 있다. 남미 볼리비아의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이다.
그는 상원을 장악한 야당에 새 선거법 통과를 요구하며, 지난 9일부터 대통령궁에서 단식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중남미 전문 통신사 <프렌사라티나>는 11일, 모랄레스가 사회지도자 13명과 함께 단식을 하고 있으며 농민 등 1천여명이 동참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9일 쿠바 방문도 취소했다.
지난 1월 국민투표로 통과된 새 사회주의 헌법에 따라 오는 12월6일에 대선과 총선을 실시하는 새 선거법을 9일까지 마련해야 했지만, 야당의 반대로 선거법 처리시한이 넘어가자 모랄레스는 단식투쟁에 들어갔다.
새 선거법은 원주민 대표 의원 14명을 뽑고, 12월 선거를 치르는 게 핵심이다. 해외 거주자 투표권도 쟁점이다. 선거법은 여당(MAS)이 다수인 하원은 통과했지만, 야당 우위의 상원에서 가로막혔다. 야당은 새 선거법이 통과되면, 사상 최초의 원주민 출신 대통령인 모랄레스의 재선 및 연임제한 폐지로 이어질 것을 우려한다. 모랄레스는 이미 재선이 유력한 상태다.
모랄레스는 단식을 시작하면서 “신자유주의 의원들의 태만에 맞서, 이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의원 시절이던 2002년에도 18일간 단식투쟁을 한 바 있다고
(시엔엔) 방송이 전했다.
대통령의 단식 사태에는 남미 최빈국 볼리비아의 뿌리 깊은 갈등이 녹아 있다. 야당의 기반인 동부 저지대의 부유층은 모랄레스가 주로 서부 고지대에 사는 원주민의 권리 강화를 위해 36개 원주민 공동체에 토지 및 일부 재판권을 부여하는 새 헌법을 마련하자 반발해왔다. 원주민 권리 강화와 대통령 연임 등을 담은 새 헌법은 국민투표에서 60%의 지지로 통과됐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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