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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4.17 20:59 수정 : 2009.04.18 00:45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왼쪽)이 16일 멕시코시티의 대통령궁에 도착해 펠리페 칼데론(오른쪽) 멕시코 대통령과 그의 부인 마르가리타 자발라와 함께 걸어가면서 손을 흔들고 있다. 멕시코시티/AP 연합

미주정상회의 개막…‘관계 재정립’ 논의
오바마 “시대 변해”…마약범죄 책임 인정
‘쿠바 금수조처’ 그대로…갈 길 아직 멀어

1961년 4월17일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배후 조종으로, 쿠바 망명객들이 쿠바 피그만을 침공했다. 미국이 중남미를 ‘뒷마당’으로 깔보며, 군부 쿠데타 등으로 정치 개입을 일삼던 대표적 사례다. 피그만 침공 48년째를 맞는 17일, 카리브해 트리니다드 토바고에서 미주기구(OAS) 정상회의가 개막했다. 중남미를 처음 방문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미주 33개국 정상은 19일까지 경제위기 등을 논의하지만, 초점은 48년 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서로간의 ‘관계 재정립’이라고 <뉴욕 타임스> 등이 16일 전했다.

오바마는 정상회의 참석에 앞서 16일 멕시코에서 “새로운 협력과 동반자 관계의 시대”를 선언했다. 그는 12년째 계류중인 무기밀매통제조약의 상원 비준을 촉구하겠다고 밝혔다. 오바마는 심각한 멕시코 마약범죄가 “공동의 책임”이라며 미국의 마약 소비와 무기 밀수출 책임을 인정했다. 과거 미국 정부들의 책임 회피 태도와는 크게 다르다. 그는 15일 볼리비아 등의 최근 헌법 개정에 관한 질문을 받고, “시대가 바뀌었다”며 “다른 나라에 민주주의와 헌법이 무엇이라고 충고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자세 낮추기는 “중남미를 잃었다”는 미국의 반성이자 중남미 껴안기다. 미국은 특히 조지 부시 전 대통령 때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에 매몰돼 중남미와의 관계에 소홀했다. 2006년 이후 중남미에 불어닥친 ‘좌파 바람’으로 양쪽의 관계는 더 멀어졌다. 이런 틈을 중국과 러시아가 차관과 무기 판매 등을 통해 비집고 들어와, 천연자원을 확보하고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관계 재정립을 요구하는 중남미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의 지난달 발언이 대표적이다. 그는 “미국이 중남미에 대해 다른 시각을 갖기를 요청한다”며 “마약 밀매와 조직범죄로만 생각하지 말고, 우리가 민주적·평화적 대륙이라는 생산적이고 건설적인 시각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대쿠바 무역금수조처 해제는 미국과 중남미 관계 재정립의 핵심이다. 이번 정상회의는 관계 재정립의 시작일 뿐, 갈 길은 멀어 보인다. 쿠바는 미국의 압력으로 1962년 이후 미주기구 정상회의에서 배제돼 이번 회의에 참석도 못한다.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쿠바 따돌리기와 무역금수조처를 끝내자고 촉구하며, 이번 정상회의에서 모든 선언을 거부한다고 밝힌 상태다. 라파엘 코레아 에콰도르 대통령도 연설을 통해 대쿠바 금수조처 해제를 촉구할 예정이다.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은 16일 “미국과 인권, 언론 자유, 정치범 등 모든 문제를 토론하겠다”면서도 “동등한 대우”와 간첩 혐의로 미국에 수감된 쿠바인 5명의 석방을 촉구했다. 미국도 최근 발표한 쿠바 방문 및 송금 제한 해제에 상응하는 조처를 16일 쿠바에 요구했다.

오바마는 카리브해, 중미, 남미의 3개 그룹과 다자간 정상회담을 할 뿐, ‘반미 선봉장’ 차베스와 양자회담을 열어 관계 회복을 시도하지는 않는다. “(쿠바와) 50년간 얼어붙었던 관계가 하룻밤에 녹지는 않는다”는 오바마의 발언이 관계 회복의 험난한 미래를 말해준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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