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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4.22 16:24 수정 : 2009.04.22 16:24

남미형 독재자 가문 소모사 권력을 무너뜨리고 니카라과의 심장에 혁명의 깃발을 꽂은 산디니스타 민족해방전선(FSLN : Frente Sandinista de Liberacion Nacional).

"앞으로 행진하라 동지들이여/ 혁명을 향해 앞으로 전진하자/ 우리들의 삶은 역사의 주인이다/ 자유를 만들어 나가자./ 산디니스타의 전사들이여/ 전진은 우리의 미래이다/ 검붉은 깃발을 우리의 가슴에 품고/ 조국의 자유를 얻거나 아니면 죽음뿐이다!"

'산디니스타에게 바치는 노래'(Himno del FSLN)의 일부다. 니카라과 국민뿐만 아니라 중남미 민중들이 각별히 마음을 쏟는 노래다. 이유가 있다. 이 노래에는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라틴 아메리카의 운명이 고스란히 걸려 있다. '역사의 주인'이 되기 위한 결사항전의 신념이 노랫말과 선율에 담대하게 실려 있다. 무엇보다 혁명전사들의 세계관이 시퍼렇게 살아 있다. 니카라과 혁명의 역사를 알면 왜 이 노래가 중남미 대륙에 휘몰아치는 들불의 노래가 됐는지 짐작할 수 있다.

독재자의 대명사 소모사를 기억하는지. 1937년 군대를 동원하여 쿠데타를 일으키면서 소모사와 그의 아들, 동생이 대물림하며 무려 42년 동안 무자비한 폭정과 인권유린, 민중학살을 자행하며 니카라과를 철권통치했던 살모사를 쏙 빼닮은 괴물정권을.

박정희 군사독재정권이 종식되던 해인 1979년 7월, 전형적인 남미형 독재자 소모사 권력을 무너뜨리고 니카라과의 심장에 혁명의 깃발을 꽂은 것은 산디니스타 민족해방전선(FSLN)이었다. 이 혁명군대는 미국의 하수인인 소모사의 장기집권과 미국 독점자본의 횡포에 맞서 독립영웅 '산디노' 장군의 이름을 따 1961년 결성됐다. 촉매가 된 것은 쿠바 혁명이었다.

하지만 피를 뿌리며 이루어 낸 축제는 짧았다. 1990년 2월, 산디니스타 민족해방전선은 또 다시 친미주의자 비올레타 차모르에게 정권을 빼앗기고 말았다. 반미전선을 무너뜨리고 라틴 아메리카를 봉쇄하려는 제국주의 골리앗(미국)의 검은 도발이 마각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소모사 정권 시절 악명을 떨쳤던 비밀군대를 원용하여 조직된 어용 반군 '콘트라'의 공세는 시체를 발견하고 달려드는 하이에나 떼에 가까웠다.

산디니스타 혁명정부를 전복시키기 위해 미국은 1981년부터 콘트라 반군에 막대한 무기와 자금과 병력을 콘트라 반군에 공급했고, 혁명군의 정보를 입수해 제공했다. 황야의 무법자 미국은 적십자마크를 단 민간항공기를 이용하여 콘트라 반군과 무기를 실어 나르는 막장 행보를 서슴지 않았다. 이들에겐 국제법도 휴지조각에 불과했다.

이때 발생한 1986년 이란-콘트라 사건은 미국의 대외 음모와 비밀공작의 실체를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례다. 미국 레이건 행정부가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단체에 납치된 미국인들을 구출하기 위해 이스라엘을 거쳐 적대국 이란에 불법으로 수천 톤의 무기를 판매한 '검은 돈'으로 콘트라를 지원했다가 들통 나면서 국제사회를 발칵 들쑤신 사건이다. 당시 이란은 미국으로부터 국제테러지원국으로 지목돼 무기수출 금지국으로 묶여있었다. 또한 '인질범과는 흥정하지 않으며, 반군은 지원하지 않는다'는 자국의 ‘볼랜드 수정법’이 있었다. 그러나 미 행정부는 자신들이 스스로 천명한 외교원칙을 깨고 자국 법을 위반하는 추악한 몰골을 드러냈다.

또 있다. 미국은 CIA를 앞세워 콘트라의 자금줄인 마약밀매를 눈감아 주었고, 마약 판매업자를 보호했으며, 마약 수송 비행기의 이착륙을 돕는 일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미국으로 콘트라의 마약을 운반하는 비행기는 그대로 니카라과로 콘트라의 무기를 밀반입하는 비행기가 됐다. 조직폭력에 연루된 국제범죄집단이 미국 행정부인지 콘트라 반군인지 우열을 가릴 수 없다.

산디니스타 정부는 콘트라와의 내전과 미국의 집요한 제재와 공작으로 크게 비틀거렸다. 여기에는 아버지 부시 대통령이 깊숙이 개입하고 있었다. '부시'라는 인종은 니카라과와는 뗄래야 뗄 수 없는 악연 관계. 아버지 부시는 CIA국장(1976~1977), 부통령(1980~1989), 대통령(1989~1992)을 거치면서 니카라과의 바지춤을 놓아주지 않았다. 대통령이 된 후에는 1990년 니카라과 선거에 사활을 걸다시피 했다. 그에게 산디니스타 정부는 '무능하기 짝이 없는 혁명정부'였다. 결국 산디니스타는 무릎을 꿇고 말았다.

아버지 부시에 의해 무너졌던 산디니스타 정부는, 그로부터 16년이 지난 후 멍청한 아들 부시가 '테러와의 전쟁'으로 중동에 목을 매는 사이 당당히 부활했다. 위대한 무혈혁명의 승리였다. 미국은 자신의 '안마당'에서 또 다시 산디니스타에 굴복했다. 중남미 상속재산을 탕진한 아들 부시는 니카라과를 잃었다. 2006년 11월 선거에서였다.

억압과 절망의 땅 중남미에 니카라과 산디니스타 민족해방전선이 마침내 돌아왔다. 다니엘 오르테가의 승리로 중남미에 다시 반미전선이 두터워지게 됐다. 미국의 내정간섭과 방해공작으로 부당하게 좌절된 '니카라과 혁명'이 제자리를 찾은 것이다. 더 나아가 최근 몇 년 동안 미국이 꿈꾸는 '세계패권전략'에 급제동을 걸었다는 것은 중남미 반미좌파 지도자들인 에콰도르의 라파엘 코레아, 볼리비아의 에보 모랄레스, 재선에 성공한 베네수엘라 차베스의 승리를 함께 눈여겨보면 세계사의 지형이 크게 바뀌고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새로 출범한 오바마 미 행정부의 중남미 '리셋외교'에 우리가 놀라지 않는 이유다.

니카라과는 중남미와 미국 사이의 모순을 상징하는 압축판이다. 독재-혁명-내전-제재-혁명으로 이어지는 전형적인 중남미의 역사 사이클을 빠짐없이 갖고 있다. 이 모든 과정에는 미국의 권부와 자본이 개입했다. 뼈아픈 역사를 거쳐 온 니카라과 민중들은 미국의 오만에 발길질을 하며 다시 산디니스타를 선택했다. 그들은 자기 민족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는 길을 택했다. 승리는 굴욕의 사슬을 끊은 니카라과 민중의 것이었다.

절망의 담벼락에 기대어 다시 이 노래를 듣는다. 지난 1990년, 8년간 지속된 내전을 종식하기 위해 산디니스타와 미국이 지원하는 우파정권이 선거에 맞붙었을 때 평화를 사랑하는 우리 민중들이 공장에서, 거리에서 산디니스타의 승리를 염원하며 이 노래에 얼마나 연대의 마음을 실었던가. 18년이 지난 오늘, 이 땅의 민주주의와 통일, 자주정부를 염원하는 한국민중들을 위해 불러주는 연대의 노래는 있을까. Ø굴렁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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