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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4.22 21:24 수정 : 2009.04.23 00:18

이란계 미국인 여기자 록사나 사베리(31), 영화감독 바흐만 고바디

“그를 정치게임에 몰아넣지 말라”
이란, 감형 가능성 시사

“내가 지금껏 침묵을 지킨 것은 그를 위해서였습니다. 오늘 입을 여는 것도 그를 위해서입니다. 그는 나의 친구이자 약혼녀, 동반자, 늘 존경해온 지적이고 재능있는 여성입니다.”

 간첩 혐의로 최근 이란 법원에서 8년형을 선고받으며 미국-이란 관계의 주요 이슈로 떠오른 이란계 미국인 여기자 록사나 사베리(31)의 약혼자가 이란 당국에 연인의 석방을 호소하며 쓴 편지가 공개됐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사베리와 연인 관계임을 밝힌 이란의 영화감독 바흐만 고바디가 보내온 편지를 22일 인터넷판에 소개했다. 이란 최초의 쿠르드족 영화감독이기도 한 고바디는 2000년 칸 영화제 에서 ‘취한 말들을 위한 시간’으로 황금카메라상을 받은 이란 뉴웨이브 영화의 기수다.

 그는 편지글에서 “지금 눈물을 머금고 ‘그는 결백하며 무죄’라고 말한다. 수년간 그를 알고 지내며 모든 순간을 함께 했던 내가 그의 무죄를 선언한다”고 단언했다. 그는 미국과 이란 당국을 싸잡아 겨냥해 “사베리가 미국 시민권자이지만, 이란인이며 이란을 사랑한다”며 “그를 정치게임의 한복판에 밀어넣지 말아달라. 그는 당신들의 게임에 연루되기에는 너무나 약하고 순결하다”고 호소했다.

 고바디는 사베리가 술 판매가 금지된 이란에서 지난 1월 포도주를 샀다가 체포된 뒤 사태가 지금에 이른 것을 자책하며 가슴을 쳤다. “처음 교제를 시작했을 때 사베리는 내게 미국으로 함께 가자고 했지만 내가 새 영화를 완성할 때까지 이란에 머무르기를 고집”했다는 것이다. 고바디는 “그 시절 사베리는 책을 쓰는 데에 전념했다”며 “그 책은 이란을 찬양하는 내용이었으며, 원고가 지금도 있다”며 연인의 간첩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또 자신의 영화가 상영금지되고 다음 작품도 당국의 허가를 받지 못해 좌절했지만 지금까지 자신이 견딜 수 있었던 것은 연인 덕분이었다며 고마움과 자책감을 토로했다. 고바디는 “항소심때 사베리의 옆자리에 앉아 그의 무죄를 증언할 수 있게 해달라”며 “1심 판결이 번복돼 무죄로 석방될 것을 낙관한다”는 간절한 희망으로 편지를 끝맺었다.

 한편 이란 법무부 대변인은 21일, 항소심 재판부가 사베리에 대한 1심 형량 8년을 재고할 수 있다며 감형 가능성을 내비쳤다고 <에이피>(AP) 통신이 보도했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과 검찰 당국도 최근 이례적으로 사베리의 법적 권리와 신속하고 공정한 항소심 보장을 언급해 눈길을 끌고 있다.


조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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