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마스크 600만개 보급
폴란드 등 “위험국가 여행 자제”
돼지인플루엔자 공포로 전 세계가 초비상 상태에 빠져들었다.
100명 이상이 숨진 멕시코 주요 도시들은 26일(이하 현지시각) 각종 행사가 취소되고 인적이 드물어졌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보도했다. 멕시코인들은 되도록 외출을 삼가고 있으며 음식·음료 등 생필품을 사기 위해 상점에 줄을 서는 장면이 목격되기도 했다.
멕시코 정부는 수도 멕시코시티를 포함해 주변 3개 주의 모든 학교에 휴교령을 내리고, 사람들에게 외출할 때는 마스크를 쓰도록 권고했다. 멕시코 군은 국민들에게 마스크 600만개를 나눠줬다. 멕시코 정부는 멕시코시티에서 열릴 예정이던 행사 500개 이상을 취소했으며, 적어도 10일 동안 여러 사람이 모이는 것을 피하라고 권고했다.
가톨릭 교회들은 실내 집회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보건당국의 권고를 받아들여 주일 미사를 취소했다. 대부분의 식당과 술집도 문을 닫거나 손님이 별로 없는 상태다. 멕시코시티에서 바를 운영하는 하이르 아센시오는 <유에스에이 투데이>에 “공황상태다. 나라 전체가 경제적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에는 손님이 거의 없어 바텐더들이 하릴없이 행인들을 멍하니 지켜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멕시코시티 축구팀들은 관중을 들이지 않고 경기를 치렀다.
돼지인플루엔자에 감염된 멕시코 거주 영국인 탠지 후스는 <비비시> 방송에 “침대에서 일어날 수 없는 지경”이라며 “고열과 구토가 심하며 일반적 독감과는 확실히 다르다”고 말했다. 멕시코시티에 사는 루이스 가브리엘 에레라는 “형이 돼지인플루엔자에 감염됐다”며 “처음에 가족들은 단순한 감기인 줄 알았다. 그러나 지금 열이 39도까지 치솟으며 격리됐다”고 말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멕시코에서 돼지인플루엔자로 숨진 사람 대부분이 어린이나 노인들이 아닌 25~50살 어른들이라며, 이는 1918~1919년 50만명의 희생자를 낸 스페인 인플루엔자와 유사하다고 전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40명의 환자가 있다고 확인한 미국에서는 정부가 시민들을 안심시키려 노력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우려를 자아내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위급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적어도 8명의 감염사례가 나온 뉴욕시에서는 학교 14곳이 27일과 28일 휴교를 하기로 결정했다. 텍사스주의 학교 14곳은 적어도 다음주까지 휴교하기로 했다.
중국·러시아·대만·볼리비아는 돼지인플루엔자 증상이 있는 여행객들은 격리할 예정이며, 이탈리아·폴란드·베네수엘라는 국민들에게 멕시코·미국 여행을 자제하도록 권고했다. 에어캐나다·유나이티드 같은 항공사들은 멕시코 여행을 취소하는 이들에게 따로 위약금을 물리지 않기로 결정했다.
일본 정부는 27일 아소 다로 총리 주재로 각료회의를 열고 돼지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일본에 들어올 것에 대비해, 전용 백신 제조를 검토하기로 했다. 마스조에 요이치 후생노동상은 기자회견에서 돼지인플루엔자 예방 백신을 올 겨울용 계절성 인플루엔자 백신보다 우선적으로 제조하도록 할 방침임을 밝혔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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