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5.10 23:04
수정 : 2009.05.11 01:32
출입기자 만찬서 재치있는 농담 웃음바다로
“멕시코에서 힐러리가 돌아오자마자 나를 끌어안고 키스를 퍼부으면서 ‘직접 멕시코로 가보는 게 좋겠다’고 하더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9일 워싱턴 힐튼호텔에서 열린 백악관 출입기자단과의 만찬에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을 끌어들여 한 재치있는 농담이다. 신종 인플루엔자가 멕시코에서 크게 번지고, 멕시코 여행객과의 신체접촉을 꺼리는 상황을 빗댄 것이다. 오바마는 이날 탁월한 유머감각을 드러내 폭소가 끊이지 않았다.
자신이 연설할 때 자막기를 그대로 읽고,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은 잦은 말실수를 하는 것을 빗대서는 “앞으로 100일간 나는 자막기 없이 연설하는 법을 배우고, 바이든은 자막기를 그대로 읽는 법을 배우게 될 것”이라고 말해 웃음바다를 만들었다.
그는 딕 체니 전 부통령이 만찬에 참석해야 되는데 못 왔다며, “‘친구를 쏘고 사람들을 신문하는 법’에 대한 회고록을 집필하느라 바쁘기 때문”이라고 뼈 있는 우스갯소리를 했다. 체니 전 부통령이 테러 용의자 고문을 지지하고 과거 실수로 사냥 파트너에게 총상을 입힌 것을 비꼰 것이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국군 최고통수권자’인 오바마가 이날 재치있는 농담으로 ‘코미디 최고통수권자’의 실력을 뽐냈다고 10일 평가했다.
오바마 부부는 이날 의미심장한 농담도 들어야 했다. 진행을 맡은 코미디언 완다 사이크스는 “당신이 (대통령직을) 망치지 않는다면 첫 흑인 대통령이 되겠지만, 만약 망친다면 ‘저 반쪽 백인은 왜 저래?’라며 흑인들이 의절할 것”이라고 일침을 날렸다. 이날 만찬에는 기자와 정치인은 물론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영화배우 데미 무어, 가수 스티비 원더 등 할리우드 오바마 군단과 지난달 해적에게 붙잡혔다 구출된 리처드 필립스 선장 등이 초대됐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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